한국기술투자(KTIC)의 경영권을 인수한 SBI코리아홀딩스가 증자를 통해 KTIC를 조기 정상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카하시 요시미 KTIC 대표는 26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KTIC의 재무구조가 여전히 안정적이고 경영진 배임,횡령 리스크도 제거된 만큼 상장폐지될 가능성은 없다"며 "앞으로 KTIC에 필요한 자금은 500억원이든,1000억원이든 SBI그룹이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KTIC는 지난해 70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다 경영진의 배임 · 횡령 혐의까지 겹쳐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를 위한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시킬지를 심사 중이다.

KTIC는 올해 벤처투자 분야에서 고유계정 투자보다 펀드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카하시 대표는 "KTIC가 부실화된 이유는 대박을 좇아 고유계정 투자에 지나치게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고유계정과 펀드 투자 비중을 적절하게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펀드를 통한 투자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증권사의 스팩 설립에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상반기 중 5~6개 스팩펀드를 조성키로 하고 1호 스팩펀드를 다음 주에 설립키로 했다. 다카하시 대표는 "그동안 회사가 어려워져 많은 직원이 빠져나갔지만 금융권을 중심으로 인력을 확충하고 대우도 금융권에 상응하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먹튀' 가능성에 대해 그는 "현재 가치보다 5~10배 주고 사겠다는 곳이 나타나면 못 팔 이유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중장기적 시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게 중요하며 향후 5년 안에 1조원 규모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SBI코리아홀딩스는 1999년 설립된 일본 SBI그룹 자회사로,지난 18일 임시 주총에서 KTIC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