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Commodity)는 미 달러화와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에너지뿐 아니라 귀금속, 비철금속, 농산물 등 원자재는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가격이 내리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값이 오릅니다. 즉, '달러 강세=원자재 약세' 또는 '달러 약세=원자재 강세'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 유가 동향을 보면 이 공식이 꼭 맞는 것 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초부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국제유가는 동반 상승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글로벌 상품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이탈하면서 원자재 가격 약세를 불러 일으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리스 등 유럽 남부 국가들의 부채 문제로 인해 달러화가 유로화 대비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유가는 75~83달러대 박스권에서만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론 일일 변동에 따라 유가의 일일 등락이 다소 영향을 받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유가는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원자재 정보업체 코리아PDS의 최은지 물가분석팀 연구원은 "이것이 달러화 가치의 하락반전을 선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유가가 하락반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인지는 분석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만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제회복 기대가 살아나면서 석유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유가가 강세를 보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에 미국의 여러 경기지표들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죠.
또 올 겨울 미 북동부 지역에 예상 밖의 한파로 난방유 등 증류 연료유 재고도 감소했고요.

그래서 결론은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와 유가 강세가 전망되기 때문에 이 흐름은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혹여나 '달러 강세=원자재 약세' 공식이 깨지는 일이 발생하면 저를 포함해 에너지 시장 관련한 모든 사람들이 새로 공부를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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