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손 빌려 그리스 돕는 EU…유로화 급락세 진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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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정상회의, IMF 개입·차관 제공 병행 합의
실제 지원까지는 '산 넘어 산'
그리스 혹독한 경제개혁 예고
EU 위기 대응능력 회의감
유로화 암울한 전망 여전
실제 지원까지는 '산 넘어 산'
그리스 혹독한 경제개혁 예고
EU 위기 대응능력 회의감
유로화 암울한 전망 여전
유로존(유로화 사용 EU 16개국)이 26일 재정적자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 유로존 회원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공동 지원하는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는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는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유로존이 그리스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굴욕적인' IMF 개입을 자초하면서 유로화 가치는 10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출범 1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이한 유로화의 미래에도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역사적 타결인가,유로존 붕괴 서막인가
유로존 정상들은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앞서 별도 회동을 갖고 IMF 개입과 유로존 회원국 간 양자 계약에 따른 차관 제공 병행 방안에 합의했다.
앞서 유로존의 양대 축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 같은 합의안을 도출해 헤르만 판 롬파위 EU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제출했고 유로존 국가들이 이를 승인하는 형식을 밟았다. 그리스 재정 지원에 대한 국내 반발 여론을 의식한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이 IMF 개입이란 극약처방을 주장,결국 관철시킨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 지원의 대부분(과반)을 부담하며,IMF는 '상당한' 지원을 담당하기로 돼 있다. 이와 관련,독일 DPA통신은 "유로존이 그리스 지원금액의 3분의 2를 부담하고 IMF가 나머지 3분의 1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스 지원안은 유로존과 IMF가 그리스에 당장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그리스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자구책을 충분히 시행했다는 엄격한 평가기준에 부합할 때 지원이 개시되는 것이어서 일종의 '대기성 차관' 성격을 띠고 있다. 유로존의 그리스에 대한 차관 지원도 보조금 성격을 띠어서는 안 되는 만큼 시장금리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외교가는 그리스 지원 규모가 총 200억유로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만족스러운 결정"이라는 공식 반응을 보였지만 IMF 개입 결정으로 혹독한 경제개혁 프로그램은 불가피해졌다. 이번 유로존의 합의로 그리스 재정적자 위기로 인한 혼란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리스를 제외한 유로존 15개국 중 단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차관이 지원되지 않는 점은 문제다. 또 유로존 회원국들이 유럽중앙은행(ECB) 지분율을 기준으로 삼아 그리스가 요구하는 자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할 소지도 있는 등 실제 그리스 지원이 시행되기 까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암울한 미래…유로화 가치 폭락
유로존의 그리스 지원에서 '제3자'인 IMF의 개입이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 23일 유로당 1.35달러대에서 거래됐던 유로 · 달러 환율은 25일 1.32달러대까지 떨어졌다. 26일에는 1.33달러대를 회복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1.30달러대도 붕괴될 수 있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처럼 유로화의 미래가 부정적인 것은 유로존이 이번 그리스 사태 해결에서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유로존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국 간 상이한 경제력 차이를 보이고 있는 유로존이 단일통화를 쓰는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유로화 단일통화 체제가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앞으로 15~20년 뒤 유로화가 쪼개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일각에선 유로존을 독일 · 네덜란드 등 건실한 '메이저 리그'와 스페인 · 포르투갈 등 부실한 '마이너 리그'로 나눠 환율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그리스 문제 해결 과정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된 것도 이 같은 움직임의 전초로 분석되기도 한다. 그리스 문제 해결에 IMF가 개입한 것을 두고 "유로존이 그리스를 포기했다"는 해석 역시 이 같은 유로존 해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전격 하향하면서 그리스발 재정적자 위기가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점도 유로화 하락세를 부채질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다른 주요 국가들이 출구전략을 가동하고 있는 시점에서 ECB는 EU 국가들의 재정적자 해결을 돕기 위해 2011년까지 대출 조건을 지속적으로 완화키로 했다"며 "이는 앞으로 다른 지역과 유로존의 금리차가 점차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유로화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역사적 타결인가,유로존 붕괴 서막인가
유로존 정상들은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앞서 별도 회동을 갖고 IMF 개입과 유로존 회원국 간 양자 계약에 따른 차관 제공 병행 방안에 합의했다.
앞서 유로존의 양대 축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 같은 합의안을 도출해 헤르만 판 롬파위 EU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제출했고 유로존 국가들이 이를 승인하는 형식을 밟았다. 그리스 재정 지원에 대한 국내 반발 여론을 의식한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이 IMF 개입이란 극약처방을 주장,결국 관철시킨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 지원의 대부분(과반)을 부담하며,IMF는 '상당한' 지원을 담당하기로 돼 있다. 이와 관련,독일 DPA통신은 "유로존이 그리스 지원금액의 3분의 2를 부담하고 IMF가 나머지 3분의 1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스 지원안은 유로존과 IMF가 그리스에 당장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그리스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자구책을 충분히 시행했다는 엄격한 평가기준에 부합할 때 지원이 개시되는 것이어서 일종의 '대기성 차관' 성격을 띠고 있다. 유로존의 그리스에 대한 차관 지원도 보조금 성격을 띠어서는 안 되는 만큼 시장금리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외교가는 그리스 지원 규모가 총 200억유로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만족스러운 결정"이라는 공식 반응을 보였지만 IMF 개입 결정으로 혹독한 경제개혁 프로그램은 불가피해졌다. 이번 유로존의 합의로 그리스 재정적자 위기로 인한 혼란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리스를 제외한 유로존 15개국 중 단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차관이 지원되지 않는 점은 문제다. 또 유로존 회원국들이 유럽중앙은행(ECB) 지분율을 기준으로 삼아 그리스가 요구하는 자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할 소지도 있는 등 실제 그리스 지원이 시행되기 까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암울한 미래…유로화 가치 폭락
유로존의 그리스 지원에서 '제3자'인 IMF의 개입이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 23일 유로당 1.35달러대에서 거래됐던 유로 · 달러 환율은 25일 1.32달러대까지 떨어졌다. 26일에는 1.33달러대를 회복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1.30달러대도 붕괴될 수 있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처럼 유로화의 미래가 부정적인 것은 유로존이 이번 그리스 사태 해결에서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유로존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국 간 상이한 경제력 차이를 보이고 있는 유로존이 단일통화를 쓰는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유로화 단일통화 체제가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앞으로 15~20년 뒤 유로화가 쪼개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일각에선 유로존을 독일 · 네덜란드 등 건실한 '메이저 리그'와 스페인 · 포르투갈 등 부실한 '마이너 리그'로 나눠 환율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그리스 문제 해결 과정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된 것도 이 같은 움직임의 전초로 분석되기도 한다. 그리스 문제 해결에 IMF가 개입한 것을 두고 "유로존이 그리스를 포기했다"는 해석 역시 이 같은 유로존 해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전격 하향하면서 그리스발 재정적자 위기가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점도 유로화 하락세를 부채질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다른 주요 국가들이 출구전략을 가동하고 있는 시점에서 ECB는 EU 국가들의 재정적자 해결을 돕기 위해 2011년까지 대출 조건을 지속적으로 완화키로 했다"며 "이는 앞으로 다른 지역과 유로존의 금리차가 점차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유로화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