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6일 외국인의 힘으로 17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외국인은 정보기술(IT) 자동차 에너지 통신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세를 강화하며 '바이 코리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이 저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방침인 데다 중국도 출구전략을 성급히 시행하지 않을 것이란 소식에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수급이 뒷받침될 경우 시장은 전 고점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1700선 이상에서는 펀드 환매 압력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업종 간 온도차가 뚜렷해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코스피지수 2개월여 만에 최고치

이날 코스피지수는 9.33포인트(0.55%) 상승한 1697.72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연중 고점인 지난 1월21일(1722.0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이날 장 막판 동시호가 때 1699.94까지 올랐지만 프로그램 매물에 밀려 1700선 회복은 뒤로 미뤘다.

전날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는 소식에 출발은 좋지 못했다. 개인의 차익 매물로 지수는 오전장에서 6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1680선을 위협받았다. 하지만 낮 12시를 넘기며 지수는 오름세로 돌아서 지속적으로 상승폭을 키웠다. 중국 인민은행이 "경기 호전 추세가 확실해져야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외신이 전해지면서 외국인의 매수 규모가 빠르게 늘었다.

중국과 일본 증시도 나란히 1% 이상 상승해 외국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외국인은 2096억원을 순매수하며 11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3월 들어 외국인은 단 하루만 제외하고 '사자'로 일관하며 4조5000억원 이상 순매수 중이다. 이날 외국인은 LG전자 삼성전자 등 IT주와 신한지주 하나금융 등 은행주를 대거 사들였다. 기관 매물도 크게 줄었다.

대형주 중에선 포스코(1.13%) 현대중공업(1.09%) LG화학(1.25%) SK텔레콤(1.71%) 등이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 고점 돌파 주목

1700선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전 고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배경은 미국의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호조로 외국인이 매수 고삐를 더 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기업의 연간 이익 전망치가 한 달 전에 비해 더 높게 나오고 있다"며 "미국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외국인의 투자심리는 4월에 더 좋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4월 초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실적이 나오는 것을 계기로 지수는 전 고점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며 "미국 기업들도 IT 업종을 중심으로 깜짝실적이 기대돼 최근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1700선에 안착하면서 박스권을 확실하게 상향 돌파하기는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S&P500과 나스닥지수가 이틀 연속 조정을 받으면서 미 증시가 주춤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투신권의 펀드 환매 압력도 예상되므로 박스권 상단에서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외국인이 주목하는 실적 호전주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업종 간 차별화가 진행 중인 점은 유의해야 한다"며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는 IT 자동차 업종으로 투자 대상을 좁히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