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적한 법정스님과 주식회사 두산 박용만 회장 등 저명 인물과 관련한 '경매'가 최근 잇따라 진행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법정스님은 대표 산문집 '무소유'의 중고본이 지난 18일 한 네티즌에 의해 온라인 경매사이트인 옥션에 올려졌고, 박 회장은 자신과의 저녁식사를 지난 25일 개최된 한 행사의 경품으로 내걸었습니다.

두 경매는 그 결과가 각각의 특징을 지녀 눈길을 끌었는데요.

'박 회장과의 저녁식사'의 경우 '경매'라는 말 자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크게 확산시키는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 '무소유'는 온라인 경매에서 제도 보완과 경매 문화에 대한 재정립 필요성 등 문제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보이는 까닭입니다. 이는 두 경매를 비교적 가까이서 파악하고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든 느낌입입니다.

무소유 경매와 관련해서는 이 블로그에서 한차례 다룬 적이 있어 뒷 부분에 정리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박용만 회장은 IT 관련 '얼리어답터'로 소문나 있지요.

현재 국내에 출시되지도 않는 구글의 스마트폰인 '넥서스원'을 구글 사이트에서 주문.구입한 뒤 전파연구소 부터 개인 인증을 받아 개통했다고 하니까요.

무엇보다 아이폰을 전 직원에게 제공해 쓰도록 하고 있지요. 두산의 한 임원은 얼마전 “회장이 뭘 주문할 때 아이폰으로 이메일을 보내기 때문에 보통 힘드는 게 아니다”고 하소연하더군요.

박 회장은 특히 마이크로 블로그로 불리는 '트위터 마니아'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 회장을 따르는 이른바 '팔로어'가 2만명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같은 배경에 따라 국내 트위터 이용자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쓸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25일 밤에 개최한 '트웨스티벌'이란 행사에 '박 회장과의 저녁식사'를 경매로 내놓은 거고요.

추정컨대 세계 2위의 부자인 '워런 버핏과의 아침식사 경매'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근데 이 경매가 성사된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행사 주최측이 지난 22일 박 회장에게 트위터를 통해 이같은 제안을 했고 박 회장은 곧바로 "저녁 값은 제가 내겠습니다 당근 ㅋㅋ"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흔쾌히 수락한 겁니다.

또 다른 '트위터 스타'로 잘 알려진 MBC 김주하 앵커는 "와~저도 경매 참여해도 되죠? 낙찰되면 돌몸퀴(돌발 몸풀기 퀴즈)선물로"라고 환영을 표시하고도 했습니다.

이 소식은 몇몇 언론에서 다루면서 '경매가가 과연 얼마나 될까'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실제 25일 밤 8시50분쯤 시작가 100원으로 진행된 경매는 순식간에 1만원대에서 10만원대로 뛰어오른 뒤 420만원에 최종 낙찰이 이뤄졌습니다.

이 과정은 인터넷TV인 곰TV를 통해 생중계됐습니다.

'박 회장과의 저녁식사 420만원에 낙찰'소식은 이날 밤 9시 6분 뉴스화(한경닷컴)했습니다.

다른 언론에서 이 행사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는 지 보도되지 않더군요.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단독'보도가 되었습니다.
이 뉴스가 인터넷 포털 등에 나가고 한 시간이 훨씬 더 지나서 국내 최대 신문인 C일보의 닷컴에서도 뉴스를 냈더군요. 베낀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줄줄이 베끼기 사태가 발생하더니 오늘(26일)까지 계속되는 실정입니다.

'박 회장과의 저녁식사' 경매에서 나온 돈은 40여년간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자선단체인 'Concern worldwide'에 전액 기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박 회장이 실제 저녁식사는 '본인이 쏘겠다'고 했으니 그렇게 될 것이고 메뉴는 소주와 삼겹살이라고 합니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엔 법정스님의 대표 산문집인 '무소유' 중고본이 온라인 경매시장에 등장해 값이 21억원1000만원이라는 비상식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취소되는 사태를 빚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지난 18일 밤 '로미오제인'이라는 대명을 쓰는 한 네티즌이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옥션'에 자신이 오래전에 구입했다는 '무소유' 한 권을 올려 경매에 나섰습니다. 최종 낙찰일은 25일로 잡았고요.

그는 이 페이지에 "무소유를 꼭 읽고 싶어하는 분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헌책이지만 경매에 부친다“며 ”판매 금액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단체에 기부하고 싶다"고 썼습니다.

그가 밝힌 헌 무소유 판매 배경이 사실인 지 여부에 대해선 확인하진 못했지만 '선의'를 담은 것으로 추정됐고요.

시초가 1,000원(새 책의 정가는 8,000원)으로 경매가 시작된 때문입니다.

이 경매는 초기 며칠간 경매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진행된 듯이 보입니다. 몇만원 수준에서 입찰액이 쓰여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2일 상황이 돌변했습니다. 일부 언론이 무소유 온라인 경매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보도한 때문이지요.

느닷없이 입찰가가 억원대 단위로 껑충 뛰어 올랐고요.

9억원, 10억원으로 치솟더니 급기야 20억원이 등장하고 곧바로 21억원이 나온 뒤 마지막엔 21억10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타난 겁니다.


아무리 '무소유'의 소유가 열풍이라고 하지만 표시된 경매가는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게하기에 충분했지요. 장난이 개입됐다는 얘기지요.

네티즌들도 이 경매가가 현실적인 수준을 벗어났다며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하더군요. "법정스님의 유지에 어긋난다" "장난 입찰이 심하다", "판매자가 경매를 중지하는 게 좋겠다" 등등.

옥션측에 이날 오후 늦게 전화를 걸어 '비상식적인' 경매 진행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옥션측은 “무소유를 살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몇 사람의 손가락질이 이 같은 '상식밖의' 숫자를 만들어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경매를 중단하기 위해 판매자와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회사측은 덧붙였습니다. 판매자가 경매 중단 의사를 나타내야만 내려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고요.

아무튼 몇 시간 뒤인 22일 밤 7시에 이 경매 페이지는 많은 이들에게 씁쓰레한 '입맛'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이 경매의 진행과정을 돌이켜 보면 장난질을 친 이들은 실제 무소유 구입을 원한 실수요자들의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 판매자에게 사회적 기부를 할 기회도 빼앗은 것이고요.

무소유 경매 취소는 온라인 경매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단 숙제를 남겼습니다.

윤진식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