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쉽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21일 종가기준 1722.01을 기록한 이후 두 달 넘게 1700선을 돌파하지 못했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9.33포인트(0.55%) 오른 1697.72로 마감, 17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주었지만 장중 고점은 1699.94로 1700선 회복을 눈앞에 두고 개인매물에 밀려 상승폭이 둔화됐다. 그러나 최근 코스피는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어 1700선 돌파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8일 장중 1548.78까지 떨어진 코스피 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며 1700선에 근접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3월 들어 적극적인 사자에 나서 이날까지 4조5000억원 이상 순매수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1분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화 강세를 노리고 대규모 매수에 나서고 있어 코스피 '1700 돌파'는 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차례에 걸쳐 1700 돌파 이후 주가 급락을 경험했기 때문에 1700선은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끼는 수준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9월 22~23일 이틀에 걸쳐 1700선을 넘어선 뒤 곧바로 1590선까지 하락했다. 올해에도 1월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1700 이상을 유지했지만 해외발 악재와 맞물리며 1550선까지 급락한 점이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국내 증시 1700 돌파는 물론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증권 전문가들도 1700선 돌파 여부와 상승추세 유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대체로 전 고점인 1700선까지 돌파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런지, 박스권 연장선상에서 고점을 확인할 것인지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매수와 해외증시의 강세에 힘입어 1700선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증시가 이미 전 고점을 넘어선 미국 시장보다 반등 속도가 늦게 진행되는 측면이 있는데 이는 국내 경기가 둔화되는 부분이 있어 탄력을 강하게 받지 못하고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이미 악재가 심리적으로 반영됐고,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도 상당히 불식된 상황이기 때문에 2분기에 1700선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유동성 효과가 계속되고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또한 국내 경기선행지수도 오는 5~6월에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점에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미국달러 흐름'이다. 외국인 순매수 강도를 결정지을 핵심 요소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그리스 사태 해결→유로화 회복→달러 약세→이머징마켓 자금 유입' 시나리오 속에 투자심리가 뚜렷한 호전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최고치까지 오르는 반면 유로화 가치는 위험 수위까지 떨어졌다는 점에서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美달러화 강세 변수..코스피 1700돌파는 일시적, 하반기에나 추가 상승"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리스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유로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달러·유로 환율이 '마지노선'인 1.35달러를 하향 이탈하면서 유로가치가 1.33달러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달러 강세·유로 약세가 확대될 경우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코스피 방향성은 위로 가겠지만 전 고점인 1723.22 돌파와 안착이 어려워 보인다"며 "코스피 1700선 이상에서는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상단인 1720까지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을 뚫고 추세적으로 올라가는 시기는 지금은 아닐 것"이라며 "추세적인 상승은 하반기가 돼야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 팀장은 "미국이 3월말 이후부터 MBS(모기지증권) 매입을 중단하게 되면 부동산 시장이 건재할지 불안한 심리가 남아있다"며 "또한 삼성생명 상장도 끝나야 증시 주변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팀장은 하반기에 주가가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내수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이익도 늘어날 수 있고, 한국이 MSCI선진국 시장에 편입되면 글로벌 대비 밸류에이션이 30%싸다는 점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의 올해 성장 전망이 상향조정되면서 출구전략 이슈가 다시 증시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이와증권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6.8%로, 메릴린치 역시 6.2%로 올려 잡았는데 정부 목표치인 5%나 한국은행 전망치인 4.6%를 훨씬 웃도는 장밋빛 전망에 조기 금리 인상설이 등장하고 있다. 차희건기자 hgch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