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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0년까지 '월드 클래스' 수준의 전문 중소 · 중견기업 300개를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새로 내놓았다. 지식경제부는 앞으로 한국형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기업 육성을 위한 법률적 근거를 도입하고, 조세 · 금융 등의 측면에서 부담을 대폭 완화하며,독일식 기술경쟁력 강화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히든 챔피언은 경쟁력이 강한 세계적인 중소 · 중견기업들을 보유한 독일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장기불황의 한파가 전 세계를 휩쓰는 상황에서 꿋꿋하게 버티는 국가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작지만 강한' 기업들,즉 '히든 챔피언'을 많이 보유했다는 점이다. 독일이 그렇고 스위스가 그렇다. 또 대만과 일본이 그렇다. 중소기업이지만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알짜'기업들이 많은 그런 나라들이다. 규모는 작지만 강철같이 강한 기업들이 국가경제의 하부구조를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다. 작은,또는 특수한 분야이지만 적어도 50% 이상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가진 기업들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경영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아이디어를 뒤집는 역발상의 기술'이다. 종이컵 세일즈맨에서 맥도날드 제국의 황제로 변신한 레이 크록의 성공스토리와 시스템을 바꿔 틈새시장을 공략한 세계 최대 할인유통업체 월마트의 성공 비결,사람에게 먼저 투자하라는 MK택시 유봉식의 휴먼 경영,상상하는 것은 반드시 이뤄진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와 마술적 상상력,미개척지를 먼저 간 제록스 신화의 주역 조셉 윌슨은 역발상의 지혜를 전해주는 사례들이다. 역발상의 성공사례 뒤에는 경영자의 강한 지도력과 카리스마가 존재한다.

전 세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실하게 구축하고 있는 기업의 경영자들은 대체로 자신의 사업목적과 비전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종업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이 같은 내용을 강요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않는다. 매일매일 종업원들과 빈번하게 접촉하는 과정에서 자칫 그들의 창의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성공요인은 '다소 과할 정도의 목표설정'이다. 성공한 기업은 자기분야에서 세계시장의 일인자가 되겠다는 야무진 목표를 대부분 설정하고 있으며,실제로 이를 중심으로 한 기업문화가 형성돼 있다. '무기력'을 밀어내고 희망 없는 개펄에서 생명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목표를 넓고 멀리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번째 성공요인으로는 '자기신뢰'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자신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 우수기업은 전략적 제휴를 꺼리고 가급적 외주를 주지 않는다. 내심을 꼬집어보자면 이들 기업은 기술을 배울 것도 없고 가진 기술을 공개하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외부에서 만들어진 부품은 믿을 수가 없다는 완벽주의도 깔려 있다.

21세기가 도래하면서 한국 경제는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중심에서 정보 · 기술 · 지식이 중심이 되는 혁신주도형 경제구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변화는 중소기업에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가하는 방법밖에 없다.

제 아무리 세계최고의 기술력과 품질,서비스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현재의 영광에 집착하는 기업들은 어느 새 사양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과거는 흘러갔다'고 선언하고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기업의 앞날은 밝지 않을 수 없다. '작지만 강한 기업' '유망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기업들의 존재가치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무역 1조달러 달성,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당겨 이루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들이 더 많은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Global Supplier'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무대로 벌어들인 돈을 재투자하고,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 한국경제는 '세계 산업 4강,무역 8강'에 바짝 다가설 수 있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