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세계적인 그림책 전문가 마쓰이 다다시의 저서 중 한 구절이다.

' "엄마,옛날 얘기 해줘.","엄마 얘기보다 텔레비전 아저씨의 얘기가 더 재미있잖니.예쁜 그림도 보여주잖아.","아냐,엄마.텔레비전 아저씨는 엄마처럼 안아주지 않는 걸." 바로 이것이구나! 사람과 사람은 서로 몸을 기대고,얼굴을 쳐다 보고,눈을 마주치고,손을 잡으며 얘기를 나누지요. 사람의 목소리는 가장 기본적인 자연의 소리입니다. '

첨단 기술이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아무리 먼 거리에서라도 실시간으로 음성을 듣고,얼굴을 볼 수 있으며 문서도 주고받는 세상이다. 이러한 도구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그래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서로 몸을 기대고,서로의 눈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사람 간 의사소통의 '묘미'는 이런 첨단 기술이 전적으로 대체할 수 없다.

누가 필자의 회사를 어떤 회사냐고 물어보면 주저없이 '방문판매회사'라고 답변한다. 인터넷 쇼핑몰이니 TV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이 범람하는 시대인 만큼 '보수적이다' 혹은 '시대에 뒤처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필자가 방문판매를 고수하는 이유는 바로 위에 언급한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를 믿기 때문이다.

'직접 찾아와서 애들 교육이나 남편 얘기를 하니 좋다. ' '직장에 다니느라 시간이 부족한데 물건을 직접 보고 살 수 있고,불만이 있을 땐 바로 해결해 준다. ' 방문판매를 통해 우리 제품을 접한 고객들이 해주시는 말들이다.

필자의 회사에서도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리서치 회사를 통해 시장조사를 진행한다. 이런 통계 자료들은 우리가 상품 및 판매 전략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이에 못지 않게 판매원을 통해 듣는 생생한 고객의 소리에도 똑같이 귀기울인다. 우리 고객들은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를 위해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아플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고민을 판매원과 공유한다. 우리 회사 상품과 관련이 없더라도 서로 털어놓고 정보를 구한다.

최근 호텔이나 백화점 업계에서는 개인비서처럼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컨시어지(Concierge) 마케팅이 유행이다. 스마트폰,앱스토어가 생겨나면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고객과의 대면 접촉을 높이기 위한 고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물론 우리 회사도 바뀐 시대의 바뀐 고객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고객관계관리(CRM)를 하고,판매원에게 PDA를 지급하는 등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대면 커뮤니케이션의 가치에 대한 필자의 믿음은 변함이 없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하더라도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눈을 마주치고,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인 소통 방식이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chang@kyow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