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를 주무르던 아부다비의 실세 왕족이 모로코에서 글라이더를 타다 실종됐다.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던 두바이 사태의 해결 과정에 아부다비 자본이 핵심적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아부다비 국부펀드의 최고위급 경영자가 급사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글로벌 증시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국 BBC방송은 28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아부다비 최고 통치자의 동생 셰이크 아흐메드(사진)가 모로코 라바트시 인근 호수에서 글라이더를 타다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모로코 경찰은 셰이크 아흐메드의 행방을 수색 중이지만 그가 호수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아부다비 최고 통치자인 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의 동생인 그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 국부펀드의 실질적인 경영을 맡아왔다. 그는 1997년부터 아부다비투자청(ADIA)의 운영이사를 맡아오면서 5000억~70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주물렀다. 2007년에는 미국 씨티그룹에 75억달러를 투자,월가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씨티그룹 투자분이 큰 손실을 입기도 했지만 아부다비 금융계에서 그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셰이크 아흐메드는 최근 "ADIA는 지난 30년간 글로벌 부동산과 각종 금융상품,병원사업 등에 투자해 연평균 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비밀주의 원칙을 포기하고 ADIA의 투자실적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포브스는 지난해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27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한국의 국민연금이 최근 일부 지분을 인수한 영국 개트윅 공항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국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셰이크 아흐메드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두바이의 채무재조정 협상과 유럽 미국 등에 대한 아부다비 자본의 투자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