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곡인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이 끝나자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일제히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공연장이 떠나갈 듯했다.

지휘자 금난새씨와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객석을 향해 인사했고 앙코르곡인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화답했다.

27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2010 한경 신춘음악회'. '금난새와 유라시안필의 봄의 항연'을 주제로 한 이날 음악회에는 2500여명이 참석, 대성황을 이뤘다. 금난새씨의 맛깔스런 해설 덕분에 130여분 내내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나는야 이 거리의 해결사'와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이 가장 많은 환호를 받았다.

1부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하이라이트로 꾸며졌다. 첫 곡인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의 연주에 앞서 금난새씨는 "로시니가 작곡한 서곡들의 특징은 처음 시작이 '빵빵' 울리는 것인데 이는 공연에 집중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곧이어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특유의 '비꼬는 듯한 경쾌함'이 객석을 사로잡았다. 특히 현악 선율이 돋보였다.

두 번째 곡부터 '세비야의 이발사'의 주요 아리아가 연주됐다. 이 작품은 미모의 여성 로지나에게 반한 젊은 귀족 알마비바 백작이 이발사 피가로의 도움을 받아 사랑을 얻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것.이날 공연에서 알마비바 역은 이영화씨가 맡고 로지나 역은 소프라노 서활란씨가 연기했다. 바리톤 공병우씨는 피가로를 맡았다.

금난새씨가 "어릴 적 멜로디가 너무 좋아 매일 듣고 잤다"는 '보라 하늘에서도 미소가'를 시작으로 아리아가 본격적으로 공연장에 울려퍼졌다.

이 곡은 사랑하는 여인에게 바치는 세레나데.배역에 완전히 빠져든 이영화씨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공연이 갈라 콘서트(오페라 전 공연이 아닌 아리아 몇 곡만 부르는 연주회)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다.

화려한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나온 서활란씨는 '방금 들린 그대의 음성'을 부를 때 실제 오페라 무대처럼 편지 소품까지 동원했다. 그는 윤기 있는 음색과 풍부한 표정 연기로 로지나의 간절한 마음을 잘 표현해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곡은 '나는야 이 거리의 해결사'였다. 이 아리아는 템포가 빨라 이탈리아 가수조차 정확하게 부르기 어려운 곡이다. 게다가 희극 배우 못잖은 연기력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공병우씨는 익살스러운 몸짓까지 곁들이며 무대를 휘어잡았다. 풍부한 성량과 단어 하나 하나의 의미를 되살리는 발음도 돋보였다.

'돈이야말로 모든 발명의 주인''그것은 바로 나! 나는 참 행복한 여자예요''아 기대하지도 않았던… 조용 조용' 등 세 성악가가 함께하는 2중창,3중창도 실제 오페라처럼 노래와 연기에서 뛰어난 앙상블을 보여줬다.

2부는 금난새씨의 클래식 공연 에티켓 얘기로 시작했다. 그는 "오늘 연주할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의 1악장은 강렬하게 끝나서 박수를 치고 싶으시겠지만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은 풍부한 악기 배치와 관현악이 돋보이는 작품.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는 깊고 유려했다. 40분 가까운 연주에도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선율의 흐름은 부드러웠고 대위법적 진행을 잘 드러내준 악기들의 배치와 움직임도 수준급이었다.

트럼펫에 이어 첼로가 춤추는 듯 연주하는 마지막 4악장의 휘몰아치는 종결부가 끝나자 숨을 죽이고 있던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커튼골은 세 차례 이상 이어졌다.

연인과 함께 연주회장을 찾은 김영민씨(32)는 "'세비야의 이발사' 아리아와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을 들을 수 있어 너무나 좋았다"며 "금난새씨의 재치 있는 해설로 클래식과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