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이 도입 초반 이상 과열에 휩싸이며 부작용을 낳고 있는 우회상장을 대체할 것이란 기대가 점차 희석되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 인수 · 합병(M&A)을 목적으로 특별 상장이 허용된 서류상의 회사를 의미한다. 스팩에 인수되는 기업 입장에서는 우회상장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 스팩은 도입 전부터 혼탁했던 기존 우회상장을 대체해줄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표면적으로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상장이 기존 우회상장보다 장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재무적인 면에서 우회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리스크를 지게 되지만 스팩에 인수되면 재무구조가 더 튼튼해지는 효과가 있다. 우회상장은 수명이 사실상 끝난 상장 기업을 인수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우발채무나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스팩은 순수 현금으로 채워진 서류상 회사여서 합병하면 다른 부작용 없이 재무구조가 튼튼해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에도 스팩이 우회상장을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스팩이 상장 직후 비정상적인 폭등세를 타고 있는 점에서 이 같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스팩들이 본격적으로 M&A에 나서는 데까지 1년이란 시간이 걸리지만 스팩 주가가 실제 가치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될 경우 우량 장외 업체를 인수하는 데 애로를 겪기 때문이다.

또 스팩이 인수하려는 기업이 합병에 응하지 않아 스팩시장이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상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총괄부장은 "지분이 줄어들면 배당금이 감소는 물론 적대적 M&A에도 취약할 수 있어 비상장 기업 주주 입장에서는 꺼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우회상장 제도를 악용해 머니게임과 결부시키려는 세력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며 "우회상장 관문을 더 강화해 잡음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