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꼬박꼬박 10여만원씩 나가는 국민연금을 나중에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는 직장인 김희주씨(30)는 최근 국민연금 홈페이지(www.nps.or.kr)에 들어갔다가 낭패를 당했다. '국민연금 가입내역 조회서비스'를 통해 자신이 낸 연금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 수 있다는 뉴스를 듣고 인터넷 접속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홈페이지를 띄우는 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싶더니 내용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진 문자와 이미지만 뒤섞여 나왔다. 10여분 후 다시 접속했지만 홈페이지가 연결되지 않았다. 다운된 것이다. 오후 6시께 퇴근을 앞두고 다시 접속했을 때도 여전히 김씨가 원했던 연금 조회는 불가능했다.

국민연금 홈페이지는 25일 오후 5시간가량 '불통'이었다. 국민연금이 '내가 낸 연금과 나중에 받게 될 예상연금액을 볼 수 있는 조회서비스 이용자가 일일 평균 1만명에 이른다'는 보도자료를 낸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다.

국민연금 측은 "접속자 수가 갑자기 늘어 트래픽 용량 초과로 접속이 불량했다"며 "앞으로 트래픽 용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보도자료에 "조회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자랑하며 "고객에게 더 편리하고 유용한 국민연금 서비스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힌 것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국민연금은 전 국민의 노후 대책을 책임지는 중요한 기관이다. 저소득층일수록 낸 돈에 비해 혜택을 많이 받는 재분배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아직도 국민연금이 나중에 받을 수 없는 돈이라거나,결혼하면 그간 낸 돈이 무효가 된다는 근거 없는 루머가 떠돈다. '국민연금은 국민 사기극'이란 허무맹랑한 음모론도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루머를 바로잡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지만 쉬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운영 기반은 돈이 아니라 신뢰다. 믿을 만한 제도라는 신뢰가 없다면 충분한 기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국민 서비스의 핵심인 홈페이지 트래픽 관리와 같은 기초적인 일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은 문제다. "국민연금이 홈페이지 관리조차 잘 못하는데 연금 관리는 제대로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국민들의 불평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상은 경제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