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62)이 "조만간 타이어값을 추가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천연고무 등 원자재값과 해상 운송료가 급등하고 있는데다,확고한 업계 1위란 자신감이 있어서다. GM 폭스바겐 등에 이어 최근 BMW와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매출이 늘면서 충남 금산,중국 등지에선 공장 증설에 착수했다.

반면 한국타이어와 양강 구도를 이끌던 금호타이어는 광주,전남 공장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노조의 지속적인 파업 위협까지 받고 있다. 업계 1,2위를 다투던 이 회사는 시장 점유율이 작년 말 기준 30% 선으로 추락하면서 3위인 넥센타이어에도 쫓기는 신세가 됐다.

◆동남아 공장까지 세우는 한국타이어

서 부회장은 지난 26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공장 증설과 생산성 향상으로 내년 말까지 연 8750만개 생산체제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는 이를 위해 중국 자싱공장에서 고성능(UHP) 타이어용 생산시설 확충 공사를 최근 시작했다. 투자규모는 총 8600만달러로,내년 말부터 연 210만개를 추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충남 금산공장엔 800억원을 투입해 연 40만개의 트럭 · 버스용 타이어를 추가로 만들기로 했다. 헝가리 공장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증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 8월부터 생산능력이 현재(연 500만개)의 두 배로 늘게 된다.

서 부회장은 "중국 타이어 시장이 매년 11% 이상 성장하고 있는 만큼 현지 신차용 타이어(OE)를 집중 공략하겠다"며 "2014년 연 1억개를 생산해 글로벌 톱5로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또 동남아지역에 연 1000만개 규모의 제6공장을 짓기로 하고,베트남과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3개국을 대상으로 용지도 물색 중이다.

타이어값을 추가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 부회장은 "천연고무와 같은 원자재값이 1년 새 두 배 이상 뛰면서 비용절감 한계를 벗어났다"며 "제품원가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인 만큼 탄력적인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출용 제품부터 먼저 인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타이어는 작년 말에도 수출용 제품 가격을 3~5% 올린 적이 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매출 3조1831억원,영업이익 3995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각각 13% 이상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강성 노조' 금호타이어는 좌초 위기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지회는 지난 27일 노조 확대간부 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다음 달 1일부터 전면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사측이 기본급 15% 및 상여금 200% 삭감안을 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 노사는 28일에도 교섭을 진행했지만,일부 복리후생 중단에만 합의했을 뿐 큰 틀의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금호타이어는 원료 조달에 차질을 빚으면서 지난 21일부터 광주 1공장과 곡성 1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다음 달 1일부터 20일까지 가동률을 5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지만 자재 결제대금 부족이 걸림돌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이 설립한 금호타이어는 오는 9월 창립 50주년을 맞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2004년 국내 타이어업계 최초로 '수출 10억불 탑'을 수상했고,2005년엔 한국과 런던 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위기를 맞은 주요 원인중 하나는 매년 파업을 통해 임금 인상을 고집해온 노조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률은 2004년 10.2%에서 2008년 1.5%로 떨어졌지만,같은 기간 임금 인상률은 평균 11.5%에 달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199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작년에도 노조는 기본급 7.48%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1987년 이후 무파업 기조를 유지해 온 한국타이어는 한국노총 산하인 반면,금호타이어 노조의 경우 민주노총 소속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2008년 기준으로 8000만원 이상 고임금을 받은 생산직이 전체의 30%인 1300여 명에 달했다"며 "고임금,저생산성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금호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금호타이어가 결국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나 넥센타이어가 인수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은 "독과점 문제 등이 있어 인수를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