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대 동문 80여명이 신입생 400여명과 대학생활의 길잡이(멘토) 결연을 맺었다.

지난 27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연세경영 동문멘토링'에는 송자 명지학원 이사장(55학번),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65학번),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68학번),이종수 효성그룹 건설부문 부회장(69학번),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70학번),이광준 한국은행 부총재보 · 임주재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72학번),김영진 한독약품 회장(75학번),송영길 민주당 의원(81학번),오상진 MBC 아나운서(98학번) 등 유명 인사 동문이 대거 참석해 '파워'를 과시했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주역'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김종훈 본부장은 이날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실감했다. 선배가 한명 한명 호명될 때마다 기립박수를 보내던 후배들은 "김종훈 선배님은 외국 출장 때문에 못 올 뻔했는데 일부러 오셨다"는 사회자의 소개에 환호성을 터뜨렸다.

'70학번 김종훈' 명찰을 달고 후배들과 똑같은 청색 티셔츠를 입은 그는 전날까지 베트남, 터키 등과 FTA 준비를 위해 현지에서 일하다 귀국하자마자 행사에 참석했다.

김 본부장이 동문멘토링에 참여한 것은 2008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동문들이 직접 참여하는 학부 수업인 '연경리더스포럼'에 강사로 나선 경험도 있다. 이 강의에서 인연을 맺었던 윤우근씨(00학번)는 지난해 행정고시 국제통상직에 합격,김 본부장과 같은 길을 걷게 됐다. 김 본부장은 올해 후배 11명과 멘토를 맺었다. 새내기 길은실씨(21)는 "외교관이 꿈이어서 선배님과 같은 조가 되길 기대했는데 정말 내 멘토가 돼서 깜짝 놀랐다"며 "여성 외교관이 부딪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와 구체적인 준비 방법을 조언해줘서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기뻐했다. 남이현씨(20)는 "FTA 협상을 하면서 외부보다 내부를 설득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며 "TV에선 무뚝뚝하게만 보였는데 인간적인 면을 많이 발견했다"고 말했다.

모교에서의 추억이 승부사의 야성을 잠시 녹인 걸까. 평소엔 날카롭던 그의 눈에는 하루종일 웃음기가 가득했다. 40년 터울 후배와 연세대 구호인 '아카라카'를 외치는 모습은 '협상장의 검투사'란 별명을 잠시 잊게 했다.

그는 "대학시절 가장 후회되는 일은 공부를 정말 안 했었다는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기도 했다.

새내기 때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생각을 정말 많이 해야 합니다. 내가 생각해 내린 결론이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진리인가를 끝없이 고민해야 됩니다. 저처럼 나이가 들면 판단을 내려야 되니까요. " 수많은 무역협상의 순간마다 선택의 문제로 고민해 온 그의 소회로 들렸다.

김 본부장은 이날 윌리엄 맥닐의 저서 '세계의 역사'를 신입생들에게 선물했다. 그는 "이 책은 국사에만 함몰되면 세계의 평화와 공존을 이룰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국경을 넘어 세계인으로서의 세계관을 가진 후배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