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이 법정으로 왔다. 뜨거운 감자다. 줄 소송에다 검찰수사까지 겹쳐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상품을 판 금융사가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려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융사들은 "고객에게 돌려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당하게 헤지거래한 것"이라고 맞서있다. ELS는 코스피200지수나 개별 종목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다양한 조건을 단 파생금융상품.약정계약 때 'A사 주가가 향후 1년 동안 10% 이상 오르면 만기일 투자원금의 10%를 이자로 준다'는 식이다. 주식가격과 연동된 파생상품이어서 주가연계증권이라고 부른다. 법원은 과연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소송 봇물

분쟁이 발생한 지 1~3년 만에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한투)이 발행한 '부자아빠 ELS'를 2007년 매입한 김모씨 등 26명은 최근 "한투의 시세조종행위와 부정거래행위로 손실을 입었다"며 투자원금과 기대이익 등 1억400만원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한누리의 전영준 변호사는 "투자자들은 ELS 만기 이틀 전까지만 해도 투자원금 25%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는데 이틀 사이에 한투가 상당한 양의 주식을 쏟아내 주가를 떨어뜨려 원금의 75%만을 돌려받았다"며 "고의로 보이며 고객보호의무를 저버린 행태"라고 주장했다.

캐나다왕립은행 ELS 투자자와 대우증권 ELS 투자자들도 각각 수십억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의 ELS 발행액은 2007년 25조8103억원,2008년 20조7000억원에서 주가조작 의혹이 터진 지난해에는 11조8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신의성실 위반" vs "정당한 헤지거래"

투자자들이 소송의 근거로 삼고 있는 법조항은 민법 제150조와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통법) 176조다. 예를 들어 민법 150조에는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해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금융사들이 주가가 약정 조건대로 유지(조건의 성취)되면 불이익(수익금 지급)을 받게 돼 신의성실에 반해 주식을 매도했다는 얘기다.

금융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만기일이 오면 고객에게 원금 등을 돌려줄 자금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주식을 판 정당한 헤지거래였다"며 "수익금이 지급되는 조건의 주가 이하 행사가격으로 판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객에게 손실을 끼치기 위해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리려면 금융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여 한다는 얘기인데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수사가 관건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달 초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외국계 RBC와 BNP파리바 등 4곳에 대해 ELS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검찰수사 파장은 이들 금융사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투자자에게 수익을 주지 않기 위해 고의로 주가를 흔들었다는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ELS 상품은 현재 더 안전해졌다. 지난해 9월 'ELS기초주식의 공정시세 형성을 위한 헤지거래 가이드라인'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노병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운영팀장은 "ELS가 증권이면서 특정조건을 충족시켜야 수익을 낳는 일종의 옵션 상품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생겼다"며 "최근에는 문제사례가 생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변호사는 "판매증권사도 주식을 사고 팔아야 하는데 ELS와 관련된 주식을 어느 정도까지 팔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제를 하기 힘들어 여전히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이현일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