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상장 머니게임, 퇴출 부메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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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심사로 함량미달 기업 증시 입성
상장폐지 몰린 기업 투자자 줄소송 조짐
상장폐지 몰린 기업 투자자 줄소송 조짐
시가총액 4000억원을 웃돌던 네오세미테크가 벼랑 끝에 몰린 것을 계기로 상장폐지 관련 소송전에 불이 붙을 조짐이다. 또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표 태양광업체로 각광받던 회사가 '감사의견 거절'이라는 쇼크를 던지자 우회상장 전반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감 시한까지 감사보고서를 내지 않아 상장폐지 사유 발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17개사에 달하는 등 '제2의 네오세미테크'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장폐지 칼바람이 몰아치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장실질심사제도가 도입돼 과거보다 훨씬 깐깐하게 회계법인의 결산장부 심사가 이뤄진 때문이다. 하지만 늘어난 우회상장 기업에 대한 심사가 느슨해 함량 미달 기업들이 증시에 입성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장폐지 칼바람 소송으로 비화 조짐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 기업은 34개사에 달한다. 감사보고서를 아직 못 낸 17개사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고려하면 퇴출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회계법인발(發) 상장폐지 칼바람'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서종남 한국거래소 공시제도총괄팀장은 "작년 초 양적 요건뿐 아니라 질적 요건까지 감안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상장실질심사가 도입되면서 회계법인들이 과거보다 엄격하게 감사를 하기 시작했다"며 "그 영향으로 올 들어 상장폐지로 몰리고 있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네오세미테크의 주주들은 지난 25일 포털사이트에 '네오세미테크 주주 대책모임'이라는 카페를 개설하고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개설 사흘 만에 12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회원 10명은 26일 회사를 방문해 경영진에 적극적인 대응책을 요구했다. 신속한 법적 대응을 위해 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주식도 모으고 있다. 이들은 회사 측이 제시한 재감사 및 이의 신청 결과를 지켜본 뒤 상황에 따라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금융감독당국과 한국거래소에 탄원서를 제출하거나 경찰서에 고소를 제기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지난 22일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아구스도 주주 등이 포함된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아구스 주주대책회의모임'이라는 카페에 1174명의 회원이 모였고,위임장이나 법적 대응 비용 등을 모으는 단계다.
이처럼 회계법인발 '퇴출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우회상장사에 대한 외부감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감사인 지정 사유에 '다음 사업연도 상장 예정 기업'만 포함돼 있고 우회상장 기업은 빠져 있다"며 "우회상장 예정 회사에도 당국이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느슨한 우회상장 심사규정이 원인
코스닥시장에 상장폐지 칼바람이 부는 근본 원인은 함량 미달 기업이 증시에 많기 때문이며,그 배경에는 부실한 우회상장 제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들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34개사의 18%에 달하는 6개사가 우회상장 기업이다. 네오세미테크와 비엔알 모라리소스 샤인시스템 일공공일안경 폴켐 등이 이런 경우다.
우회상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에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있지만 일부 제도상의 맹점 때문에 '머니게임'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우회상장 심사 기준이 느슨한 점이 꼽힌다. M&A 컨설팅업체인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정식 상장 시에는 양적인 요건 외에 기업의 계속성,지배구조,내부통제,투명성 등 질적 요건을 꼼꼼히 따져보지만 우회상장 때는 질적 요건에 대한 검토가 없다"며 "미국 일본 등에서는 우회상장 때도 질적 요건을 철저하게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상장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식 상장 때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견이 반영돼 공모가격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정해진다. 하지만 우회상장의 경우 직접 상장 시의 공모가격에 해당하는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 합병 비율을 비상장사가 지정하는 회계법인이 결정하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최대한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려는 비상장사 최대주주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합병 비율의 적정성을 최종적으로 검증하긴 하지만 대다수 우회상장 기업들은 그것까지 감안해 합병 비율을 맞춰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제도적 허점 때문에 우회상장으로 한몫 챙기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미리 상장사의 주식을 사둔 뒤 우회상장을 알선하고 상장 직후 차익을 실현하는 투기적 행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회상장의 병폐를 막기 위해서는 심사 요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사후 감독도 보다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윤/강현우 기자 oasis93@hankyung.com
이처럼 상장폐지 칼바람이 몰아치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장실질심사제도가 도입돼 과거보다 훨씬 깐깐하게 회계법인의 결산장부 심사가 이뤄진 때문이다. 하지만 늘어난 우회상장 기업에 대한 심사가 느슨해 함량 미달 기업들이 증시에 입성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장폐지 칼바람 소송으로 비화 조짐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 기업은 34개사에 달한다. 감사보고서를 아직 못 낸 17개사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고려하면 퇴출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회계법인발(發) 상장폐지 칼바람'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서종남 한국거래소 공시제도총괄팀장은 "작년 초 양적 요건뿐 아니라 질적 요건까지 감안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상장실질심사가 도입되면서 회계법인들이 과거보다 엄격하게 감사를 하기 시작했다"며 "그 영향으로 올 들어 상장폐지로 몰리고 있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네오세미테크의 주주들은 지난 25일 포털사이트에 '네오세미테크 주주 대책모임'이라는 카페를 개설하고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개설 사흘 만에 12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회원 10명은 26일 회사를 방문해 경영진에 적극적인 대응책을 요구했다. 신속한 법적 대응을 위해 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주식도 모으고 있다. 이들은 회사 측이 제시한 재감사 및 이의 신청 결과를 지켜본 뒤 상황에 따라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금융감독당국과 한국거래소에 탄원서를 제출하거나 경찰서에 고소를 제기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지난 22일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아구스도 주주 등이 포함된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아구스 주주대책회의모임'이라는 카페에 1174명의 회원이 모였고,위임장이나 법적 대응 비용 등을 모으는 단계다.
이처럼 회계법인발 '퇴출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우회상장사에 대한 외부감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감사인 지정 사유에 '다음 사업연도 상장 예정 기업'만 포함돼 있고 우회상장 기업은 빠져 있다"며 "우회상장 예정 회사에도 당국이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느슨한 우회상장 심사규정이 원인
코스닥시장에 상장폐지 칼바람이 부는 근본 원인은 함량 미달 기업이 증시에 많기 때문이며,그 배경에는 부실한 우회상장 제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들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34개사의 18%에 달하는 6개사가 우회상장 기업이다. 네오세미테크와 비엔알 모라리소스 샤인시스템 일공공일안경 폴켐 등이 이런 경우다.
우회상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에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있지만 일부 제도상의 맹점 때문에 '머니게임'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우회상장 심사 기준이 느슨한 점이 꼽힌다. M&A 컨설팅업체인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정식 상장 시에는 양적인 요건 외에 기업의 계속성,지배구조,내부통제,투명성 등 질적 요건을 꼼꼼히 따져보지만 우회상장 때는 질적 요건에 대한 검토가 없다"며 "미국 일본 등에서는 우회상장 때도 질적 요건을 철저하게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상장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식 상장 때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견이 반영돼 공모가격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정해진다. 하지만 우회상장의 경우 직접 상장 시의 공모가격에 해당하는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 합병 비율을 비상장사가 지정하는 회계법인이 결정하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최대한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려는 비상장사 최대주주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합병 비율의 적정성을 최종적으로 검증하긴 하지만 대다수 우회상장 기업들은 그것까지 감안해 합병 비율을 맞춰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제도적 허점 때문에 우회상장으로 한몫 챙기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미리 상장사의 주식을 사둔 뒤 우회상장을 알선하고 상장 직후 차익을 실현하는 투기적 행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회상장의 병폐를 막기 위해서는 심사 요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사후 감독도 보다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윤/강현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