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북서부에 위치한 소도시 바젤.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일주간 전 세계 45개국 1915개 시계 및 주얼리 업체와 100여개국의 10만여명 바이어들이 이곳에 몰려들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시계 · 주얼리 박람회인 '2010 바젤월드'에 참여하려는 인파들이었다. 바젤월드는 시계 · 보석시장의 트렌드는 물론 세계 각국의 업체들이 새로 내놓은 신제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행사로 이곳에서 이뤄지는 일주일 동안의 거래 규모를 통해 그 해 시계 · 보석시장의 경기도 가늠할 수 있다. 올해 바젤월드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바젤월드 성황…시계시장 회복 신호

행사 참가 업체들에 따르면 금융위기에 따른 전 세계 경기 침체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바젤월드에서는 행사 첫날부터 모든 부스가 참관객들로 북적거렸다.

각 부스마다 25일 행사 마지막 날까지 바이어들의 미팅 스케줄로 가득 찼을 정도였다는 설명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스위스 시계 시장은 전년 대비 22.3% 줄어들었지만 올 1월 매출 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2.7% 늘어나는 등 회복세로 돌아섰다.

지난 19일 세계 최대 시계업체인 스와치그룹의 니콜라스 G 하이예크 회장은 스위스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올 2~3월 시계 매출이 전년 대비 30% 정도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올해 매출이 60억 스위스프랑(한화 약 6조3000억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스위스 시계 산업이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했다.

시계 트렌드는 '클래식 워치'

시계 메이커마다 이번 바젤월드에서 내세운 제품 특징은 인기 제품을 재해석한 '클래식 워치'와 다양한 고객층을 수용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 기능을 탑재한 수억원대의 '컴플리케이션'(시간 이외에 다양한 기능을 더한 시계) 시계들이 주목받았지만 올해는 기존 인기 모델을 새롭게 변형시킨 300만~500만원대의 '팔릴 만한 시계'들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각 브랜드들은 독자 개발한 무브먼트(시계 동력장치)를 내세웠다. 그동안 일부 고급 브랜드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들은 스와치그룹 계열사인 ETA에서 생산한 무브먼트를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2~3년 전 ETA사가 무브먼트의 공급 제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많은 브랜드들이 앞다퉈 자체 무브먼트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브라이틀링은 자체 무브먼트를 선보였으며 태그호이어도 ETA 무브먼트 공급 부족으로 베스트 셀러인 '카레라' 공급이 어려워지자 자체 무브먼트를 만들어냈다.

올해 선보인 '카레라1887'에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자체 개발 무브먼트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퓨전 시계의 대표주자인 위블로도 '유니코'라는 이름의 시간 간격을 측정하는(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공개했다. 330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이 무브먼트는 탈부착이 가능한 구조의 이스케이프먼트(시계 회전 속도를 고르게 하는 장치)를 적용했고 이름 등을 새기는 기능(이니셜 인그레이빙)도 들어가 있다.

상상 그 이상의 첨단 기술 · 디자인

뭐니 뭐니 해도 바젤월드의 묘미는 브랜드마다 첨단 기술과 독특한 디지인을 가미한 새로운 형태의 시계들이다. 브라이틀링은 컴플리케이션 포켓용 시계인 '벤틀리 라인 마스터피스'를 통해 첨단 시계의 단면을 보여줬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2월29일을 포함한 만세력과 시 · 분을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미닛 리피터)을 결합했다. 브레게는 실리콘 오버코일을 장착한 '퓨제 투르비옹'을 선보였다.

개방감을 주는 다이얼 디자인이 특징인 '트래디션 퓨제 투르비옹 워치'는 2006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기술을 더욱 정밀하게 다듬었다. 보통 금속으로 제작해 충격과 자기장 중력 등에는 약하지만 브레게는 이 소재를 실리콘으로 교체해 밸런스 스프링의 안정성을 기존 부품 대비 15배 이상 높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