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하는 棟은 빼고"…기형 리모델링 주의보
건물 1~2개 동(棟)을 빼고 리모델링 사업에 나서는 아파트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일부 동들을 제외시켜 사업 지연을 피하겠다는 포석이다. 부분 리모델링 사업은 단지 모양을 기형적으로 바꿔 도시 미관을 해치고 주민들의 생활에도 불편을 줄 것으로 우려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응봉동 응봉대림1차 아파트(855채)는 전체 10개 동 가운데 1동 1개 동이 리모델링에 계속 반대하고 있어 이를 제외하고 리모델링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 단지는 2007년 3월 1동을 뺀 나머지 9개동으로 구성된 리모델링 조합을 결성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유난히 심한 1동의 리모델링 찬성자 비율이 3분의 2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작년에 1동의 일부 조합원이 찬성 의사로 돌아섬에 따라 조합 측은 다시 단지 전체 리모델링을 시도했다. 성동구청으로부터 기존 9개동에 1동도 포함시키는 내용의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았다. 1동의 90명 중 60명이 동의함에 따라 3분의 2 동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1동 주민들은 즉시 성동구청을 상대로 '조합설립 변경인가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조합설립 변경인가 처분이 내려진 날은 작년 7월8일.바로 전날인 7월7일 2명의 주민이 동의를 철회함에 따라 3분의 2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월13일 1동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1동 주민들은 원주민 비중이 높고 나이도 많아 변화를 싫어한다"며 "법원의 확정판결이 달라지지 않거나 1동 주민 일부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부분 리모델링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맨션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강동구청을 상대로 "전체 10개동 중 2개동을 뺀 나머지 동만 리모델링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리모델링조합 설립인가신청 반려 처분 취소)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아파트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이 아파트 주민들은 작년 11월 5 · 6동 등 2개동이 리모델링에 끝까지 반대하자 나머지 8개동만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나머지 동의 동별 소유자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강동구청은 작년 12월21일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반려했다. 강동구청은 "5 · 6동 주민 3분의 2 동의도 받아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것이 맞다"며 조합설립 인가를 해주지 않았다. 주민들은 여기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천지인합동법률사무소의 남기송 변호사는 "주택법 시행령은 동별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며 "소송에서 주민들이 이길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설명했다. 주택법 시행령 37조와 47조는 동별 리모델링에 대한 조합설립 요건을 정해두고 있어 주택법은 전체 리모델링뿐 아니라 동별 리모델링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했던 건설사들에 불똥이 튀고 있다. 대림건설은 응봉대림1차 리모델링 공사를 2006년 11월 수주했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도 착공 시기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선 기초자치단체들은 주택법 적용을 받는 리모델링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적용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재개발 · 재건축은 공공적인 성격이 강해 단지 자체가 쪼개지는 일이 없지만 리모델링은 소유주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허용하고 있어 부분적인 리모델링도 가능하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선 리모델링도 도정법으로 규제해 단지가 나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