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은 호재가 아닌 악재(?)."

한미약품이 야심찬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했지만 주가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29일 한미약품은 전날대비 4000원(3.42%) 떨어진 11만3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초반 보합권에서 맴돌던 주가는 오후들어 4% 가량의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 의약업종에서는 알앤엘바이오 다음으로 낙폭이 가장 컸다.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했던 지난 26일에는 거래량도 급증하고 주가도 1.74% 상승했다. 그러나 이날은 장초반부터 약세를 벗어나지 못한 끝에 급락했다.

또다른 의약업종 대형주인 동아제약이 전날대비 6500원(5.99%) 상승한 11만5000원을 기록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동아제약은 이날 글로벌 2위 기업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Plc. GSK)과 지분 참여를 통한 조인트벤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등했다.

◆한미약품, "지주사 전환으로 사업부 강화될 것"

한미약품은 오는 7월1일자로 기존의 한미약품은 지주회사인 한미홀딩스(가칭)로 존속시키고 새로운 한미약품을 신설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키로 결정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따라서 지주회사인 한미홀딩스는 순수 지주회사로 한미약품과 한미정밀화학 등 국내 자회사를 두게 된다. 신설된 한미약품에는 북경한미약품과 일본 및 유럽한미약품 등 해외 자회사를 각각 거느리게 된다.

회사측은 지주사 전환으로 계열사가 각자 고유사업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신설된 한미약품은 신약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약품은 소정의 절차를 거쳐 오는 7월30일 이전에 재상장될 예정이다. 5월28일 열릴 예정인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최종 확인할 계획이다.

◆전문가들 다수, "지주사 전환 영향없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한미약품의 지주사 전환이 영향이 없다 못해 오히려 매출이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흘러나왔다. 긍정적인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한미약품에 대해 계열사 지배구조가 비교적 단순해서 전환으로 인한 지배구조 개선효과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자사주나 비상장 자회사의 가치가 재부각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립' 의견과 목표주가 14만원을 유지했다.

대신증권과 한화증권, 미래에셋증권도 한미약품의 지주회사 전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약품의 사업구조는 이미 제약업에 집중돼 있고 이번 지주사 전환에 따른 효율성 강화 및 해외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 시가총액 합산 기준으로 상승여력이 크지 않은 점도 '제한적' 의견의 이유가 됐다.

심지어 IBK투자증권은 한미약품이 이번 지주회사 전환으로 기존 제품의 매출 정체나 감소가 예상된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 등 기존 제품의 매출 정체와 감소가 예상되고 슬리머의 호주 수출이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대우증권 등은 한미약품이 지주사 전환으로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해외사업에서 다양한 기회를 만들 수 있고, 글로벌 사업 확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