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과점체제가 굳어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은 점차 은행에서 밀려나고 있다. 은행에서 외면받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이나 카드 · 캐피털,대부업체 등을 찾으면서 이들 업체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신용정보 크레딧뷰로(CB)연구소가 29일 발간한 '가계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저축은행 카드 · 캐피털 대부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0.1%에 달했다. 2008년 1분기 이후 하락하다 금융위기가 진행된 작년 6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작년 신규로 이뤄진 가계대출 중 25%를 저축은행 카드 · 캐피털 대부업체들이 담당했다. 이는 역대 최고였던 2007년 하반기 수준에 육박한 것이다. 신용등급이 4~6등급으로 중간 수준인 사람들이 이들 업체를 이용한 비율은 2004년 9%에서 작년 말 13.15%로 증가했다.

은행이 서민 대출을 줄임으로써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는 곳은 대부업체들이다. 대부업계 자산규모 1위인 러시앤캐시(에이앤피파이낸셜)와 거래하는 고객수는 2007년 23만5000명에서 지난해 34만8000명으로 늘어났다. 이 기간 이 회사의 자산규모는 7000억원에서 1조35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지 않자 연 49%의 이자를 내야 하는 대부업체로 저신용자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대부업계 2위인 산와머니도 지난해 1000억원대의 순이익을 올렸다.

대부업체만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건 사채를 쓰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것도 은행들의 고객 밀어내기 부산물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에는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은행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외국계 대부업체와 사채업체를 키우고 있는 자양분은 다름아닌 독과점 체제에 안주하며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지속하는 대형 시중은행인 셈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