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규모'라는 외형보다 한 단계씩 '국제 경쟁력'을 갖춰가는 패션 비즈니스 행사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

서울패션위크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대연 한국패션협회 회장(64)은 29일 "행사의 목적과 참가 디자이너 선정기준을 분명히 하는 등 서울패션위크가 단순한 '페스티벌'이나 '예술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원 회장은 "파리 컬렉션에선 수출하지 않는 디자이너는 참가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도 수출실적,해외 컬렉션 진출 등 국제 경쟁력을 갖춘 디자이너 발굴에 힘을 싣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0 춘계 서울패션위크'는 내달 1일까지 일주일 일정으로 서울 학여울역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리고 있다. 45명의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들이 선보이는 '서울컬렉션',12명의 차세대 디자이너들이 꾸미는 '제너레이션 넥스트',100개사의 패션 비즈니스 장인 '서울패션페어'가 펼쳐진다. 올해 20회를 맞이한 이 행사는 78명의 디자이너들이 총출동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행사는 그동안 SFAA,KFDA,NWS 등 국내 패션 디자이너 협회 간 의견 충돌로 분리 개최되는 반쪽짜리 행사를 치러왔지만,올해는 디자이너들 간 합의를 이뤄내 '통합 컬렉션'으로 선보인 점이 눈길을 끈다. 원 회장은 그동안 행사의 목적이나 원칙 평가기준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지만 이제서야 안정적인 기틀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디자이너 스스로 매장을 운영해야 하는 국내 패션 유통구조를 볼 때 서울패션위크는 옷을 사줄 수 있는 해외 바이어가 필요합니다. 국내 백화점 유통구조에서는 바이어가 없기 때문에 예전에는 패션쇼에 연예인 · 패션을 전공하는 학생들로만 가득했었죠.이번엔 숙박과 항공료를 지원하며 많은 해외 바이어들을 초청했어요. 해외 바이어들의 편의를 고려해 행사일정도 남성복과 여성복으로 명확히 구분했죠.용역회사를 선정해 쇼별로 사후 평가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

서울패션위크의 수주성과에 대해선 △2008 봄 · 여름 시즌 260만달러 △2008 가을 · 겨울 276만달러 △2009 봄 · 여름 289만달러 △2009 가을 · 겨울 316만달러 등 절대적인 액수는 적은 편이지만,시즌을 거듭할수록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패션의 현주소를 묻자 그는 프랑스 이탈리아는 A급,미국 영국은 B급,일본 스페인이 C급이라면 한국은 D급으로 분류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15명 정도의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배출했지만,아직 국내에서는 월드 디자이너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원 회장은 "우영미 정욱준 이상봉 등 파리 · 밀라노 등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많다"며 "이들이 본인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광고 유통 판매망 등 장기간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1~2년 후원이 아니라 연간 10억원씩 5~10년 정도의 꾸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그는 "월드 디자이너 1명만 발굴해도 제2,제3의 세계적인 한국 디자이너가 배출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서울패션위크는 50% 정도의 비용인 연간 50억원을 서울시에서 지원받는다. 그는 "이렇게 정부가 지원하는 사례는 파리 밀라노 등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파리컬렉션(프레타 포르테)을 벤치마킹해 앞으로는 한국의 문화를 곁들인 차별화된 행사로 더 많은 해외 바이어를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안상미/사진=신경훈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