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서 증시흐름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투자전략을 제시해 온 스트래티지스트(투자전략가)들이 잇달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로 변신하고 있다. 운용사가 증권사 기관 영업의 주요 고객이란 점에서 업계에서는 을(乙)에서 갑(甲)으로의 이동이라고 하지만 당사자들은 치열한 수익률 싸움이 전개되는 전쟁터로 뛰어들었다며 비장한 반응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4월1일부터 산은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상무) 겸 펀드매니저로 자리를 옮긴다. 임 팀장은 증권업계에서 15년간 애널리스트로 일한 베테랑 투자전략가다. 그는 산은자산에서 그동안의 투자전략 노하우와 종목분석 능력을 활용,직접 펀드 운용을 맡을 계획이다.

앞서 김학주 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월부터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2본부장 겸 리서치헤드로 활약하고 있다. 아직 운용역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탓에 펀드매니저로 등록되진 않았지만 증시흐름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펀드 운용 전반을 관할하고 있다. 또 지난 연말 IBK자산운용으로 이직한 서정광 전 LIG투자전략팀장도 다음 달부터 직접 펀드를 맡아 운용할 예정이다.

증권사 스트래티지스트는 다양한 경제변수를 통해 시장 전망과 투자전략을 제시하는 데 비해 펀드매니저는 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직접 종목을 사고 파는 일을 한다. 스트래티지스트의 잘못된 전망은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다 시간이 지나면 잊어지기도 하지만 펀드매니저의 판단 착오는 펀드 손실로 이어져 오랫동안 투자자들의 고통으로 남게 된다. 하루하루 성과가 펀드수익률로 그대로 드러나다보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피말리는 싸움이 펼쳐진다.

두 달 가까이 펀드매니저를 경험한 김학주 본부장은 "애널리스트는 펀더멘털(내재가치)만을 기초로 전망하지만 실제 주가는 펀더멘털뿐 아니라 다양한 변수에 따라 움직인다"며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애널리스트들 의견을 기초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인사이트(통찰)를 만들어내야 하는 게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