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의 독과점에 따른 폐해가 지적되면서 추가 은행대형화에 대한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합병 방식으로 우리은행을 민영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은행권 전체(특수 · 지방은행 포함)에서 자산 기준 시장 점유율을 보면 국민은행 14.8%,우리은행 12.9%,신한은행 12.4%,하나은행 8.6% 등이다. 만약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합친다면 점유율이 27.7%에 이르게 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합치는 경우도 25.3%,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합병하는 경우도 21.5%에 이르게 된다. 우리은행을 합병방식으로 민영화한다면 어떤식으로든 은행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의 규모를 감안하면 은행 대형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미국에 비하면 한국의 은행 규모는 어린아이 수준"이라며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경쟁을 하려면 지금보다 규모를 더 키우고 투자은행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글로벌 금융규제 논의를 참고하겠지만 대형화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초 미래기획위원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한국 금융이 처한 상황은 선진금융시장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며 "글로벌 차원의 흐름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은행 대형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덩치가 커질수록 소비자 이익은 후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이 지금보다 더 커지면 한국에서도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은행의 규모와 영업 범위를 제한하는 규제 방안을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다. 이른바 '볼커룰'이다. 은행의 시장 점유율 등이 일정 수준(예금과 부채의 경우 각각 10%)을 넘을 경우 인수합병(M&A)이나 영업활동 등에 불이익을 주고,상업은행 업무와 투자은행 업무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 등이 골자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매각이 예정돼 있는 한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국내 금융지주사들과의 합병을 통해 우리금융을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윤석헌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교수는 "불황기에 대마가 부실해질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으므로 은행 규모를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선도은행을 위해 대형화를 중단해선 안 된다"면서도 "하지만 대마불사의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외환부문 특화은행 허용 등으로 진입장벽을 낮추는 정책조합(policy mix)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