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신임 사장(사진)이 올해 반도체 경기 호황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통해 차입금 규모를 1조원 이상 줄여 보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권 사장은 29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채 올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이닉스가 기록한 연간 최대 매출은 2007년의 8조6000억원이다. 권 사장은 최근 반도체 시장이 전형적인 수요 우위로 재편되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물량의 60%밖에 대줄 수 없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반도체 수요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는 보지 않으며 가격이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올해 번 돈 중 상당부분은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호황으로 돈을 벌면 30%가량은 재무구조 개선에 쓸 것"이라며 "현재 7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연말까지 6조원 정도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호황기에 재무구조를 탄탄히 다져둠으로써 향후 경기부침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경영을 펴나갈 수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게 권 사장의 포부다. 그는 과거 하이닉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작업이 힘겹게 전개되는 것을 지켜보며 '빚'을 누구보다도 무서워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권 사장은 또 솔루션개발과 마케팅 등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권 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표준화되고 있고 투자규모도 계속 증가해 원가절감 등 과거와 같은 성공공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응용,솔루션,마케팅 등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의 주인으로 LG전자가 어떻냐는 질문에는 "LG가 하이닉스에 가장 적합한 인수 후보자라는 것은 온 나라가 다 아는 것"이라며 "하이닉스와의 특수한 인연과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훌륭한 대주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권 사장은 이와 함께 최근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낸드플래시 경쟁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2004년 맨 주먹으로 낸드 산업에 진출해 2006년에 점유율 18%를 달성한 저력을 갖고 있다"며 "하반기 26나노급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면 세계적 업체들을 거의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올해 8000억원가량을 낸드플래시 설비에 투자할 예정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