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 공식수입원인 벤츠코리아가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9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총 8911대를 판매, 약 6751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며 영업이익 약 258억원, 당기순이익 약 20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24% 늘었다. 영업이익은 239%, 순이익은 지난해 약 56억5000만원에서 무려 260%나 급증했다. 차가 많이 팔리기도 했지만, 그보다 '많이 남겨서' 더 큰 이익을 봤다는 얘기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아진 것은 벤츠 S클래스·E클래스 등 마진이 높은 중대형 세단이 많이 팔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까닭은 지난해부터 병행수입(그레이임포터) 차량이 크게 줄어든 점이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병행수입이란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는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일반 수입업자가 별도의 유통경로를 거쳐 제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말한다.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아 가격은 저렴하지만 사후처리(A/S) 보증 등이 취약한 단점이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병행수입업체들이 활황을 누려왔다. SK네트웍스를 필두로 수십 개에 달하는 군소 수입업체들이 정식수입 모델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병행수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지난 2007년 1월부터 환율 변동 등의 문제로 SK네트웍스 등 대부분의 병행수입업체들이 철수한 지난해 8월까지 2년 8개월 동안 국내에 병행수입된 벤츠는 총 5358대(자료:국토해양부)에 달했다.

같은 기간 벤츠코리아를 통해 판매된 정식수입차 대수는 2007년 5533대, 2008년 7230대, 2009년 1~8월까지 4356대로 모두 1만7119대(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였다. 이 기간 국내 수입된 총 2만2477대의 벤츠 중 약 24%가 병행수입된 차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시장에서 직수입된 벤츠 차량을 구입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국내 한 수입차 시장에서 7년째 직수입차량을 담당해 온 딜러 김성은 씨는 "환율 상승과 경기침체로 병행수입업체 대부분이 지난해 무너졌다"며 "SK네트웍스 같은 대기업도 사업 철수를 결정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돼 개인 딜러 대부분이 직수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의 경우 신차가격 1억9750만원인 '뉴 S500'를 직수입으로 구매하면 이보다 높은 사양을 1억6000만원정도에 구입할 수 있었다"며 "S클래스 한 종류만 해도 국내 시장에 월 수십 대씩 직수입되곤 했다"고 전했다. 다른 한 딜러는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굴러다니는 벤츠 S클래스 10대중 예닐곱대는 직수입차였다"며 "고가의 대표 고급차종인지라 직수입 수요가 많았다"고 거들었다. 김 씨는 그러나 "최근에는 직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당분간 직수입 시장이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병행수입업체들의 철수로 벤츠코리아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마진이 많이 남는 고급차종의 병행수입이 줄어든 점도 이를 거든 셈이다.

여기에 벤츠코리아는 특히 지난 1월에는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일부 차종의 가격을 최대 120만원 인상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뉴 E클래스'의 경우 지난해 8월 출시 후 4개월 만에 60만원 가량 올라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관련기사 보기 : 벤츠 `뉴 E클래스`, 출시 4개월만에 가격 인상…2009년 12월 22일 한경닷컴 보도

이에 아랑곳없이 벤츠는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째 수입차 브랜드별 국내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들어 2월까지는 2740대를 팔아 2위인 BMW(2004대)와의 격차를 키우고 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