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형화…中企ㆍ서민만 사각지대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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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1등급 대출 50% 늘릴때…6등급 이하는 사실상 중단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M사의 정모 대표는 한 달 전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공장을 구입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2월 중순.아무리 돈을 긁어 모아도 10억원이 모자랐다. 5년 전 회사 설립 때부터 주거래 관계를 맺어온 A은행을 찾았지만,"5억원 이상은 안 된다"는 답만 들어야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꾸준히 이익을 냈다며 회사 재무제표와 납품계약서를 들고 설비 증설이 필요하다고 설득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B은행에서 9억원을 빌려 간신히 공장을 마련했지만,정 대표는 A은행에 대한 배신감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위 은행들의 과점 체제가 고착화하면서 경쟁이 실종됐다.창의적 아이디어는 없고,상품 베끼기와 '암묵적 담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자금 중개와 서민금융이라는 공익적 기능도 급속히 약해졌다.
시중은행은 이미 신용등급 6등급 이하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2003년 말 10등급 신규 대출 건수는 34만건으로 1등급(12만건)에 비해 3배가량 많았다. 지난해 말에는 10등급 대출은 2만건으로 줄어든 반면 1등급 대출은 18만건으로 증가해 완전히 역전됐다. 불과 6년 만에 1등급 신규 대출 건수가 50% 늘어난 데 비해 10등급 대출은 90% 이상 줄었다.
은행은 보험과 증권사 등 다른 금융권에 대해서도 갑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2000년 이후 정부가 은행의 보험,펀드 판매를 허용하면서 전국의 수천개 지점을 통해 금융상품 채널을 장악하고 있다.
신용등급 1등급 신규 대출 시장에서 은행의 점유율은 82%로 카드 보험 캐피털 등 제2금융권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KB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은행의 시장 지배력이 70%를 넘어서면서 금융시장 독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대형화가 거스를수 없는 대세라고 하더라도 독과점 체제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해야 한다"면서 "은행의 진입장벽을 완화해 대형 은행이 포기하다시피 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은행 등을 만들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기/유승호 기자 sglee@hankyung.com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꾸준히 이익을 냈다며 회사 재무제표와 납품계약서를 들고 설비 증설이 필요하다고 설득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B은행에서 9억원을 빌려 간신히 공장을 마련했지만,정 대표는 A은행에 대한 배신감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위 은행들의 과점 체제가 고착화하면서 경쟁이 실종됐다.창의적 아이디어는 없고,상품 베끼기와 '암묵적 담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자금 중개와 서민금융이라는 공익적 기능도 급속히 약해졌다.
시중은행은 이미 신용등급 6등급 이하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2003년 말 10등급 신규 대출 건수는 34만건으로 1등급(12만건)에 비해 3배가량 많았다. 지난해 말에는 10등급 대출은 2만건으로 줄어든 반면 1등급 대출은 18만건으로 증가해 완전히 역전됐다. 불과 6년 만에 1등급 신규 대출 건수가 50% 늘어난 데 비해 10등급 대출은 90% 이상 줄었다.
은행은 보험과 증권사 등 다른 금융권에 대해서도 갑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2000년 이후 정부가 은행의 보험,펀드 판매를 허용하면서 전국의 수천개 지점을 통해 금융상품 채널을 장악하고 있다.
신용등급 1등급 신규 대출 시장에서 은행의 점유율은 82%로 카드 보험 캐피털 등 제2금융권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KB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은행의 시장 지배력이 70%를 넘어서면서 금융시장 독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대형화가 거스를수 없는 대세라고 하더라도 독과점 체제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해야 한다"면서 "은행의 진입장벽을 완화해 대형 은행이 포기하다시피 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은행 등을 만들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기/유승호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