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굵은 그립 다시쓰니 퍼트가 쏙쏙"
그립이 굵으면 퍼트가 잘 될까? 적어도 최근 최경주와 짐 퓨릭(미국)만 보면 그 상관관계가 있는 듯하다.

일반적인 '핑' 퍼터의 경우 그립 굵기는 20~25㎜다. 헤드쪽 가는 부분이 20㎜,그립 끝 굵은 부분이 25㎜ 정도다. 그런데 두 선수가 최근 미국PGA투어 대회에서 쓰는 퍼터 그립은 좀 다르다.

최경주는 '슈퍼 스트로크'라고 불리는 홍두깨같이 생긴 그립을 퍼터에 착용했다. 최경주는 지난해까지 이 그립을 애용하다가 올초에는 일반적 그립으로 바꾸기도 했으나 지난달 AT&T페블비치대회부터 다시 이 그립을 장착했다. 이 그립의 지름은 약 40㎜로 보통 퍼터그립의 두 배에 가깝다. 골프규칙에서 규정한 퍼터그립의 최대직경(44.45㎜)에 근접한 수준이다.

최경주가 홍두깨 그립을 애용하는 이유는 손목 작용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퍼트할 때 손목이 꺾이면 볼이 원하는 대로 가지 않는다. 대개 그립이 가늘수록 손목을 많이 쓰고,굵을수록 손목을 덜 쓰게 된다. 최경주는 "굵은 그립을 씀으로써 손목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팔 · 어깨에 의한 '시계추 타법'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때문인지 최경주는 2주 전 트랜지션스챔피언십에서 퍼트랭킹이 5위 내에 들었다.

최경주 "굵은 그립 다시쓰니 퍼트가 쏙쏙"
비정통적인 스윙으로 유명한 퓨릭은 더 특이한 케이스다. 퓨릭은 원래 오른손이 아래에 위치하는 전통적인 '리버스 오버래핑 퍼팅그립'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2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자 그의 스승격인 아버지(마이크 퓨릭)는 원인이 퍼트에 있다고 보고 "왼손이 아래로 가는 '크로스 핸디드 퍼팅그립'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렇게 하자 퓨릭의 퍼트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립을 벗겨내 위치를 바꿔보라"고까지 했다. 그립을 샤프트에서 빼낸 뒤 위아래를 바꿔 샤프트에 끼우라는 것이다. 요컨대 그립끝 굵은 부분이 헤드(아래)쪽으로 가고,헤드쪽 가는 부분이 퍼터 끝(위쪽)에 오도록 한 것.

왼손이 아래쪽에 위치하는 크로스 핸디드 그립은 왼손이 스트로크의 방향을 잡아주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립 아래쪽이 가늘기 때문에 손목 움직임을 제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왼손이 닿는 부분의 그립이 굵으면 왼손 작용을 조금이라도 억제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제안한 것인데,처음 그 소리를 들은 아들은 "별 일도 다 있네"라며 비웃었다.

그러나 지난달 노던트러스트오픈 때부터 아버지의 제안에 따라 거꾸로 낀 그립을 시도해보았고 마침내 한 달여 만에 트랜지션스챔피언십에서 우승,2년여의 '우승 가뭄'을 해소해버렸다. 아버지가 제안한 아이디어의 효과가 그대로 입증된 셈이다. 우승직후 인터뷰에서는 "그렇게 하니 굉장히 편하다"라며 옹호론자가 돼버렸다. 퍼트가 승부의 관건인 마스터스에서 두 선수가 어떤 성적을 낼지 관심거리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