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새로운 각오] 회식 전면중단에 금주령까지…품질검사 인력 20%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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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공장 가보니
원가절감보다 품질개선 브레이크 제어 SW 전면 개량
"힘 합쳐 리콜사태 수습하자"
노조, 임금교섭 서둘러 마무리
신뢰회복 후 대대적 판촉 준비
원가절감보다 품질개선 브레이크 제어 SW 전면 개량
"힘 합쳐 리콜사태 수습하자"
노조, 임금교섭 서둘러 마무리
신뢰회복 후 대대적 판촉 준비
"3월 한 달 동안 도요타자동차 손님은 한 팀도 못 받았다. 작년 초 최악의 감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도요타시 역 앞 일식집 '나고야' 스즈키 히로시 사장)
일본의 도요타자동차 본사와 주요 공장이 몰려 있는 아이치현 도요타시의 음식점과 술집은 요즘 말그대로 개점 휴업 중이다. 지난달 리콜(회수 후 무상수리) 사태 이후 도요타가 직원들에게 '자숙령'을 내리면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현장 근로자들은 자숙하자는 뜻에서 부서 회식 등을 일체 중단했다. 도요타의 대표적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를 생산하는 쓰쓰미공장에서 만난 한 현장 근로자는 "리콜 이후 생산현장에선 원가절감을 위한 가이젠(改善)보다는 품질관리(QC) 서클활동에 더 열중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상 최악의 리콜로 존립 위기에 직면했던 도요타가 슬슬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글로벌 품질특별위원회를 본격 가동해 고객신뢰 회복에 나섰고,현장 근로자들은 자발적인 QC활동으로 품질 제고에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노조도 호응한다. 올 봄 임금교섭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위기 수습에도 동참했다. 회사는 리콜 사태로 떠난 각국 고객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파격적인 판촉도 준비 중이다.
◆근무시간 늘려 품질개선
리콜 사태 이후 도요타자동차 공장의 가장 큰 변화는 품질검사가 크게 강화됐다는 점이다. 브레이크 결함으로 리콜됐던 프리우스의 경우 기능검사와 외관검사 인원이 종전보다 20% 정도 늘었다. 검사 항목도 더욱 세세해지고,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리콜의 원인이 됐던 브레이크 제어 소프트웨어가 전면 개량된 것은 물론이다.
현장 근로자들의 품질 관리 노력도 강화됐다. 도요타 노조의 나카마루 노부유키 기획국장은 "리콜 이후 직원들이 품질관리(QC) 서클활동을 늘려서 실질적인 근무시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도요타 공장에선 비용을 아끼는 제안활동인 '가이젠'이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품질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가 활발하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노조도 위기 극복에 힘을 합쳤다. 도요타 노조는 이달 초 임금교섭에서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지 않은 채 회사 측의 상여금 제안을 그대로 받아 들이며 협상을 끝냈다. 이어 노사협상 결과 보고 대신 노조위원장 명의로 "회사와 힘을 합쳐 리콜 사태를 수습하자"는 메시지를 조합원들에게 발표했다. 위기일수록 뭉치는 도요타 특유의 노사문화를 다시한번 확인시켜 줬다.
◆해외 품질관리 허점 보완
도요타는 리콜 이후 품질개선을 위해 구성한 글로벌 품질특별위원회의 첫 회의를 30일 도요타시 본사에서 열고, 본격적인 품질관리 강화 시스템을 가동했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글로벌 품질특위는 산하에 미국 유럽 중국 아시아 · 호주 중동 일본 등 6개 지역별 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이 품질특위는 앞으로 도요타의 품질전략과 관리를 총지휘할 예정이다.
지역 품질위원회는 두 달에 한 번꼴로 회의를 갖고 고객들의 품질 불만 등을 일본 본사에 신속 전달하는 체계를 갖췄다. 이번 리콜 사태에서 드러난 해외 부품 품질관리의 허점을 보완하겠다는 의미다. 또 지금까지는 일본 본사에서 모두 쥐고 있던 해외 리콜 결정 권한을 현지 품질위원회에 상당 부분 넘기기로 했다. 도요타의 사사키 신이치 품질담당 부사장은 "해외 현지법인과 본사의 의사소통이 늦어지면서 결과적으로 늑장 리콜을 했던 시행착오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뢰 회복 후 '공격 앞으로'
도요타는 글로벌 품질특위 가동으로 고객 신뢰부터 확보한 직후 미국 중국 등 전략시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여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특히 지난 1,2월 연속 판매량이 10% 안팎 감소한 미국 시장에서 판매 회복을 위해 일부 차종은 최대 5년간 무이자 할부 서비스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또 기존 도요타 차량 소유자가 도요타를 재구입할 경우 오일 교환 등 유지비용도 2년간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무이자 할부 대상에는 주력 차종인 코롤라와 캠리를 비롯해 전체 판매차량의 80%가량이 포함된다. 미국에선 또 캘리포니아 북미지사에서 도요타자동차의 공개 품질검증 행사를 벌인 데 이어 미국 내 1000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홍보도 대폭 강화해 나가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에선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캠리와 크라운 등 주력 차종의 무이자 할부판매를 확대하고,코롤라 등을 구입하는 고객에게는 현금을 돌려주는 캐시백 서비스도 실시하기로 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리콜 사태가 진정되면서 떠났던 고객들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며 "3월에는 미국에서도 판매가 증가세로 돌아서 정상을 되찾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일본)=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