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사석원씨(50).그는 2007년 금강산의 사계 그림으로 '만화방창'전을 연 후 아프리카의 케냐와 탄자니아로 훌쩍 떠나 그곳의 동물과 풍광을 하나하나 채색해왔다.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는 아프리카 초원을 옮겨놓은 듯하다.

전시회 주제는 뮤지컬 '라이언 킹'에 나오는 노래 제목 '하쿠나 마타타'(스와힐리어로 '잘 될거야,걱정 하지마').

2007년 여름 케냐 · 탄자니아 접경의 마라강에서 물과 뭍을 오가는 동물과 인상적인 장면들을 사진에 담고 저녁에 숙소에 돌아와 스케치한 뒤 귀국해 완성한 신작 80여점이 걸렸다.

그가 동물을 화제로 선택한 것은 유년기의 어머니와 유학 시절의 지도교수 덕분이었다.

"양장점을 하는 어머니와 경기 포천 외가에서 살았는데 그때 보았던 당나귀,토끼,꿩,노루 등 많은 동물들의 모습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어요. 파리8대학 유학 중 지도교수가 아프리카 미술을 전공한 것도 또하나의 계기로 작용했죠."

그의 작품들은 원색의 강렬한 메시지를 뿜어낸다. 개체의 움직임을 넘어 생명력의 원천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석양의 치타들Ⅰ'에서는 하체 부분이 잘려나간 치타의 모습을 통해 생존의 고통과 희망을 은유적으로 묘사한다.

'왕의 귀환' 시리즈에도 작가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마라강가에서 악어에게 발목을 물려 상처를 입었는 데도 굴하지 않고 강을 건너는 아프리카 왕의 모습이 담겨 있다.

서씨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낙천적으로 살더라"며 "희망을 잃지 않고 강을 건너는 부부의 모습을 외국인 노동자와 수험생에 비유해봤다"고 설명했다. 인간과 동물의 고뇌와 고통을 다루면서 긍정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이번 출품작들은 특유의 캠버스인 '칠판'을 사용한 것이다.

"2007년 말부터 인천 남동공단 등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칠판에다 모국어로 짧은 글을 써달라고 했어요. 글을 받은 40~150호 크기의 칠판을 코팅한 후 동물과 인물이 어우러진 그림을 그려 존재감을 표현했죠."

외국인 노동자들이 러시아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고국어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쓴 칠판에 아프리카 야생동물의 그림을 더해 그들의 존재 의미를 중첩적으로 묘사했다는 얘기다.

그는 이번 전시를 마치는 대로 아프리카의 카메룬과 부르키나파소,토고 등으로 다시 떠날 계획이다.

전시회 수익금의 일부는 다문화센터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4월17일까지 이어진다. (02)720-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