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멀티미디어 솔루션 업체인 엔에이포는 이달 초 세계 최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동영상 · 이미지 편집기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직원이 21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가 거둔 성과로는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해 말부터 기술력을 페이스북 측에 끊임없이 알린 결과다. 강송규 엔에이포 사장은 "사진과 영화 등을 자유롭게 편집하고 배경음악을 넣어 애니메이션까지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며 "국내에서 싸이월드 등에 공급하며 쌓아온 기술력이 페이스북에도 인정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베리 케이스 넷 중 하나는 한국산

작지만 강한 국내 IT(정보기술) 회사들이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 열풍을 타고 해외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스마트폰 부품부터 네트워크 장비,소프트웨어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IT 강소(强小)기업들은 한둘이 아니다.

휴대폰 부품 생산업체인 우전앤한단은 블랙베리로 유명한 캐나다의 림(RIM)에 다양한 휴대폰용 케이스를 공급하고 있다. 블랙베리 케이스 가운데 25% 이상이 이 회사 제품이다. 이종우 사장은 "블랙베리는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인 미국에서 아이폰보다 더 많이 팔린 제품"이라며 "블랙베리가 인도 중국 등으로 시장을 넓힐 예정이어서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430억원,순이익은 308억원이다. 신흥시장에선 저가형 셋톱박스도 공급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133% 증가했고 매출액은 59% 정도 늘었다"며 "올해와 내년엔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형(金型) 전문회사인 캐스트로닉스는 지난해 1월부터 대만 HTC가 만드는 안드로이드폰(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의 뒷면 케이스를 납품하고 있다. 제품 두께가 2㎜가 채 안 되기 때문에 주물 과정에서 기포가 기준치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들어가면 불량품이 되기 십상이다.

◆모토로라,스프린트와도 협력

휴대폰 입력장치 전문업체인 크루셜텍은 노트북의 터치패드와 같은 휴대폰용 '광학 마우스'를 모토로라,HTC 등 글로벌 제조사에 납품하고 있다. 모토로라의 휴대폰 '디바우어',HTC의 안드로이드폰 '레전드' 등에 있는 광학 마우스가 크루셜텍의 제품이다. LG전자의 최신 휴대폰 '맥스'에도 이 부품이 들어간다. 삼성전자와 림 등에 이어 거래처를 크게 확대했다.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도 국내 중소업체의 활약은 돋보인다. 모바일 네트워크 회사인 인스프리트는 최근 미국 3위 이동통신사인 스프린트와 4세대 이통통신 사업과 FMC(유 · 무선 통합) 서비스,미디어 컨버전스(융합) 등 6개 핵심 사업 부문에 걸쳐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창석 인스프리트 사장은 "이번 제휴로 스프린트의 원천 기술과 특허 등을 공유하고 기술 개발도 함께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해외에서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에 적극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