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비발디가 남긴 유일한 오라토리오(종교적 극음악)인데,1716년 베니스의 피에타 성당에서 초연됐을 때부터 성악가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됐어요. 오페라로 만든 이번 무대에서도 모든 역을 여성이 맡습니다. 이들의 노래를 잘 들어보세요. "

내달 5~7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개관 5주년 기념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유디트의 승리'의 예술총감독 루이지 피치는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음악평론가 유형종씨도 "이 작품은 연기보다 노래가 두드러지는 바로크 오페라이기 때문에 여자 가수 5명의 노래 대결이 백미"라며 "남녀가 함께 부르는 다른 오페라보다 훨씬 큰 긴장감을 자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로부터 감상포인트를 들어봤다.

◆'유디트의 승리'는 어떤 작품

고대 이스라엘 여인 유디트가 조국을 위해 적진에 침투해 적장의 목을 벴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러나 오페라 '유디트의 승리'는 낯설고 새롭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화로 잘 알려진 '유디트의 승리'는 베톨리아 지방의 미망인이 침략군의 수장인 홀로페르네스 장군을 유혹해 죽이고 민족의 영웅이 된다는 내용.비발디의 오라토리오를 피치가 오페라로 옮겼다.

모든 배역은 이탈리아 성악가들이 연기한다. 무대와 의상도 이탈리아에서 가져왔다. 오케스트라,합창단,무용단 등은 국내에서 맡는다. 충무아트홀과 한국오페라단이 공동 제작했으며,오는 7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마체레타 오페라 페스티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유디트 역은 소프라노 티치아나 카라로,홀로페르네스 역은 메조소프라노 메리 엘린 네시,바고아 역은 소프라노 지아친타 니코트라 등이 맡는다. 마시모 가스파론이 협력 연출로 참여하고 조반니 바티스타 리곤은 교향악단 '카메라타 인티콰 서울'의 지휘봉을 잡는다.

◆원작에선 볼 수 없는 관능미

유디트를 향한 압제자 홀로페르네스의 강렬한 에로티시즘이 관객을 매료시킨다. 이에 대해 피치는 "성악가들이 특유의 발성 기교로 관객을 최면 상태까지 이르도록 즐거움을 줄 것"이라며 "무대와 의상도 바로크 음악의 특징인 쾌락주의와 관능미를 충분히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원래는 영적이고 경건한 노래가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비발디의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관능미가 많이 가미됐다는 게 유형종씨의 귀띔이다.

◆무대는 초연 당시 그대로

원작과 상당히 달라진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무대는 초연 당시 그대로다. 초연 때의 전례미사를 그대로 재현한다는 게 피치의 설명.인조 대리석으로 된 4개의 나선형 기둥과 2개의 제단,중앙의 큰 제단,다양한 디자인의 난간과 서로 다른 통로들,바로크 의상 등이 베니스풍의 성스러움과 세속적인 면을 동시에 표현한다.

◆하이라이트는 시체가 발견되는 순간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어디냐고 묻자 피치는 홀로페르네스의 종인 바고아가 주인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그 처절한 순간은 비발디의 음악과 드라마가 서로 충돌하면서 나타날 것"이라며 "대사,음악,연기가 완전히 하나 되는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3만~31만원.(02)587-1950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