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리자동차가 포드의 자회사인 볼보를 인수키로 한 것은 중국 자동차산업이 처음으로 글로벌 브랜드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주목된다. 중국이 조립 기술로 주로 내수용 저가 소형차를 만드는 단계를 넘어 세계 고급차시장에 도전하는 수준으로 급부상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생산 대수를 기준으로 중국 내에서도 12위에 불과한 지리차의 이번 볼보 인수에서 보듯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글로벌화 속도는 놀랄 정도다. 불발됐지만 베이징자동차와 쓰촨텅중이 앞서 GM 자회사들인 오펠과 사브,허머 등의 인수 직전까지 갔던 일을 상기하면 중국이 제2,제3의 인수 · 합병(M&A)을 통해 글로벌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봐야 한다.

결국 중국의 급부상은 한국 자동차의 앞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신호에 다름아니다. 한국 차가 지금은 잘 나가고 있지만 품질과 성능에서 미국과 일본을 빨리 따라잡지 않으면 중국은 물론 인도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쉽지않은 상황이다. 우리가 가장 큰 강점을 갖고 있던 소형차 시장은 인도 타타자동차가 300만원대 저가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이미 가격 경쟁력이 없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국 차가 글로벌시장에서 '샌드위치'신세가 되지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일본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로 우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지만,이미 도요타는 충격에서 벗어나 반격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내수시장도 장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차의 도전이 매섭고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GM 포드 등도 본격적으로 상륙하게 되는 만큼 수성이 쉽지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고,글로벌시장에서 출혈경쟁까지 감수해야 할 자동차전쟁이 불가피한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한국차가 계속 달리기 위해서는 품질과 생산성의 혁신,고질적인 노사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임을 거듭 자각(自覺)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