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서울 강남권 재건축 공사 수주에 올인하고 있다. 강동구 둔촌주공 고덕주공2단지 등 사업규모가 수조원대에 달하는 재건축 단지들을 잡기 위해 단지당 최고 100억원대의 수주 비용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과열 · 혼탁 수주전과 조합원들의 추가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

◆2분기 건설업계 화두는 재건축 수주

건설사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단지는 강동구 둔촌주공이다. 아파트 5930채를 헐어내고 9000여채를 짓는 공사다. 총사업비는 4조원대에 달한다. 도급순위 상위 10대 메이저 건설사들이 총 출동한 상태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5월 초에 열릴 예정이지만 주요 건설사들은 수백명의 수주 도우미(OS요원)를 투입해 조합원들을 상대로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다.

조합 측은 최근 도급순위 1,2위 업체는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경쟁은 도급순위 1,2위인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삼성물산 컨소시엄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GS건설 대우건설 등은 어느쪽 컨소시엄이 유리한지 득실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고덕지구에서는 고덕주공 2단지가 5월1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연다. 2771채를 4064채로 재건축하는 이 단지의 사업규모도 2조원대다. 당초 삼성물산 · GS건설 컨소시엄으로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조합설립 인가 전에 이뤄진 무효결정이어서 시공사를 다시 뽑는다. 고덕주공6단지와 고덕주공7단지도 5~6월에 시공사를 확정한다. 사업단계가 비슷한 고덕시영 고덕주공3단지 고덕주공4단지 등은 가계약한 시공사와 본계약을 맺기로 했다.

D건설 관계자는 "공공물량 발주가 급감한 데다 주택시장까지 침체돼 국내엔 마땅한 수주 물량이 없다"며 "6대 건설사가 17조원대의 수주 목표를 내걸고 재건축 · 재개발 수주에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확정지분제 통할까

조합원들은 자신들에게 일정 수익을 보장하고 나머지는 시공사가 자기 부담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확정지분제를 선호한다. 이익도 시공사 몫이고 손실도 시공사가 감당해야 한다. 고덕주공6단지와 7단지 등은 반드시 확정지분제를 제시하는 시공사만 수주전에 참여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고덕주공2단지는 확정지분제와 단순도급제를 모두 제시할 수 있게 했다.

시공사들은 리스크가 적지 않음에도 확정지분제를 제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S건설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워낙 요지여서 건설사들이 확정지분제 방식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합원들은 또 건설사들의 컨소시엄 구성을 꺼리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컨소시엄을 선호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경쟁을 통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려고 하는 반면 건설사들은 컨소시엄으로 무리한 출혈경쟁을 피하려는 모습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단독으로 입찰하면 전부 아니면 전무여서 결과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사업비 규모가 크거나 리스크가 있는 곳은 가급적 컨소시엄으로 입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 단지 수주전에 100억원도

둔촌주공 수주전에 나선 일부 건설사들은 수주 비용으로 100억원대를 책정해 두고 있다. 수주전에 투입될 수백명의 OS요원에 대한 인건비,조합원들에게 뿌릴 경품 등에 이 정도는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4조원대 총사업비와 치열한 경쟁을 고려할 때 100억원은 들여야 할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른 대형사들도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단지 수주에서도 건설사당 수십억원의 수주 비용이 들 것으로 대형 건설사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비용은 모두 시공비로 전가되면서 조합원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는 만큼 과열 · 혼탁 수주전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