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어제 우리 국민들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여주는 '2009년 생활시간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우리나라 성인(20세 이상)의 경우 5년 전에 비해 식사 등 필수적 활동시간은 늘어났고, 반면 일(수입노동) 등 의무적 활동과 취미 등 여가활동 시간은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들은 과연 바람직한 시(時)테크를 하고 있는 것인가.

통계청의 이번 조사결과는 국민들의 생활방식과 삶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기초적 자료다. 경제 노동 복지 문화 교통 등 여러 분야에서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1999년 9월 첫 조사 이후 2004년 제2회, 그리고 이번이 제3회인 점을 감안할 때 시기별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실제로 주목할 만한 조사결과들이 적지않다. 우선 전반적으로 볼 때 성인의 경우 일하는 시간이 토요휴무제 등 근로환경의 변화로 감소했지만 이것이 여가활동 증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은 생각해 볼 점이다. 당초 근로시간이 줄면 여가활동이 늘어나 서비스업이 활성화되는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 것이 사실이고 보면 그 원인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취업자의 출 · 퇴근 등 일 관련 이동시간 등이 5년 전보다 늘어난 것도 사회 전체적인 생산성 측면에서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한편 맞벌이든 비맞벌이든 가사노동은 여전히 여성들의 몫인 점이 확인됐지만 변화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성인남자의 가사노동 시간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 그렇다. '남자는 일, 여자는 가정'이라는 역할의식에 대해 남녀 모두 5년 전에 비해 반대한 비율이 각각 증가하고 있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반면 초 · 중 · 고교로 갈수록 학습시간이 늘다가 대학교에서 급격히 떨어지고, 특히 초 · 중학생의 경우 학교학습은 오히려 줄어든 반면 학교외 학습이 크게 늘어난 점은 잘못된 우리 교육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소득에 따라 시간사용에 대한 만족도에 차이가 나는 것도 우리 사회의 양극화(兩極化)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개인은 물론 국가 전체적인 생산성 측면에서 우리 국민들이 시간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분석해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