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술로 개발된 국산 원자로가 턴키방식으로 중동에 수출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 대우건설 컨소시엄(한국 컨소시엄)은 30일 요르단 암만 총리공관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사미르 알리파이 요르단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교육 및 연구용 원자로(JRTR) 건설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컨소시엄은 2015년까지 열출력 5메가와트(㎿)급 연구용 원자로 및 원자로 건물,동위원소 생산시설,부속 건물 등을 요르단 북부 이르비드 소재 요르단 과학기술대학교 내에 건설할 예정이다. 한국컨소시엄은 아르헨티나 러시아 중국 등을 제치고 작년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이번에 정식 계약을 체결한 것.

이번 원자로 수출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이어 한국 원전기술이 세계 수준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특히 원자로 수출은 국산 원자력 연구개발 50년 만에 이룬 쾌거다. 연구용 원자로는 실제 원자력발전소(상용원전)를 건설하기 전 기초연구 및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등에 필요한 연구장치다.

원자로 수출 계약금액은 1억3000만달러로 금액이나 규모 면에서 UAE 원전 수주(1400㎿급 원전 4기,400억달러)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그러나 후속 사업 등 향후 예상이익은 UAE 원전 수주에 못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요르단은 원자로 건설이 처음이라 설계 · 건설 · 운영 및 관리 · 교육 등을 통째로 한국컨소시엄에 맡겼다. 원자로 도입은 상용원전을 도입하기 위한 전단계이기 때문에 이 같은 경험은 향후 요르단 상용원전시장 수주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요르단은 향후 30년 내 1000㎿급 이상 상용원전 4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총 사업 규모는 최대 24조원에 이른다. 요르단은 당장 2013년부터 아카바에 원전 2기를 착공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며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 캐나다 프랑스가 뛰어든 상태다.

칼리드 토칸 요르단원자력위원회(JAEC) 위원장은 "한국이 요르단 상용원전 건설 사업에서 적어도 1기 이상 따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르단 정부는 원전 소유권만 갖고 참여기업 운영권도 한국컨소시엄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라 다른 국내 기업들의 진출 가능성도 커졌다.

이번 계약은 또 한국 원자로 기술이 중형 연구로(10~20㎿)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세계적으로 연구용 원자로는 240여기가 운전 중이나 이 중 80%는 20년 이상,65%는 30년 이상 노후해 점진적 대체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 러시아 등 자체 건설능력이 있는 국가를 제외하면 베트남 남아공 터키 브라질 등 40여개국이 15년 내 50여기의 중형연구로를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형연구로 1기가 2000억~4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0조~20조원 규모의 연구용 원자로 시장이 열리게 된 셈이다.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수년 전부터 태국 베트남과 연구용 원자로 건설에 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남아공 사우디아라비아 아제르바이잔 등도 최근 접촉하고 있다"며 "연내 또 다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