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30일 '생존,그 이후를 준비하는 한국 기업의 성장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달라진 산업지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사업의 틀을 깨는 혁신이 없으면 과거의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보고서는 우선 기업들이 행동반경을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로운 사업 영역에 도전해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MP3플레이어 사업에 뛰어든 애플은 '업(業)의 본질'을 제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유통업으로 규정,아이팟과 아이폰 등을 히트상품의 반열에 올렸다. 아이튠스,뮤직스토어 등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산업 환경의 변화에 맞는 신제품과 신기술,신상품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고서는 프리우스를 개발해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개척한 일본 도요타,선진 시장에 적극 진출해 매출을 확대한 중국 하이얼 등의 사례를 들며 기존 영역과 질서를 넘어서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화에 변화로 대처하라'는 주문도 나왔다. 빠르게 바뀌는 시장 트렌드를 따라잡으려면 기업의 유연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GE가 환경산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최고경영진이 고객사 CEO들과 만나 시장 트렌드를 논의하는 회의 때문이었다. GE는 이 모임에서 환경산업의 가능성을 확인,수처리 등 다양한 환경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한경연은 한국 기업이 제조업 중심의 사업 모델만을 고집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가지고 있으나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자산을 활용,컨버전스(융합)형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외부 파트너를 중용하라는 주문도 했다. 홍콩 의류업체 리앤펑은 40개 이상의 국가에서 8300개 이상의 공급업자들로 이뤄진 네트워크를 구성,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고 트렌디한 제품의 출시 시기도 앞당겼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