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이 최근 상벌위원회 결과에 관한 보도자료를 냈다. 2010 쏘나타 K리그 전북과 성남의 경기 중 퇴장 조치를 받은 뒤 이에 응하지 않고 항의를 계속한 차상광 코치(성남 일화)에게 2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200만원을 추가로 부과했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차 코치는 경기 중 받은 퇴장(2경기 출장정지)을 더해 K리그 4경기 동안 벤치에 앉을 수 없게 됐다. 이와 함께 해당 규정(제3장 16조 4항 · 심판판정에 대한 항의 또는 비신사적 행위)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올 시즌 관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5분 더 뛰는 '5분 더 캠페인'을 도입하는 등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하는 K리그가 스스로 회초리를 든 셈이다. 프로야구와 프로농구도 상벌위원회의 결정을 공개한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또한 상벌위원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울타리식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해 KLPGA는 한 선수의 아버지에 대해 '5년간 골프대회 출입 정지'라는 조치를 취했다. 골프 규칙에 대한 동반 플레이어의 지적에 갤러리인 아버지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 때 갤러리인 한 선수의 어머니와 또 다른 선수의 아버지가 시비를 벌였고 이들은 1년간 골프대회 출입 정지 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결과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갤러리들이 현장에서 이 같은 행위를 직접 목격했지만 협회는 해당자들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한 뒤 그 결과를 회원들만 공유한다.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게 선수와 가족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프로골프업계에도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고질적인 폭행이나 욕설 등을 막을 수 없다. 선종구 KLPGA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수들의 실력은 세계 최고이지만 가족을 포함한 주변 환경은 이에 못 미친다"고 지적해왔다. 업계 관계자들도 "그동안 대회 때 발생하는 불상사를 쉬쉬하는 게 미덕처럼 내려왔다"며 "골프대회도 늘어나고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만큼 투명한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프로골프협회가 올해 떳떳하게 상벌 결과를 공개해 국내 골프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건 어떨까.

김진수 문화스포츠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