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샤피로·워런…우먼파워 눈치보는 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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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FDIC의장 "대마불사 종식"
샤피로 SEC위원장은 개혁 칼자루
워런 위원장, 은행부실 질타
샤피로 SEC위원장은 개혁 칼자루
워런 위원장, 은행부실 질타
"여성들이 월가를 지배한다면 금융시장 대청소를 좀 더 부드럽게,더 잘 할 수 있을지 모른다. " 미국 재무부가 29일 가진 '금융계 여성 심포지엄' 개막 연설에서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너스레를 떨며 한 말이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의 여장부들이 총출동했다. 셰일라 베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메리 샤피로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크리스티나 로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캐런 밀스 중소기업청장,엘리자베스 워런 의회 구제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그들이다.
이들의 말 한마디는 월가를 떨게 한다. 베어 의장은 공화당 소속으로 부시 전 정부 때 임명됐으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유임시켰다. 그는 "대마불사는 종식시켜야 한다"거나 "대형 금융사들의 과도한 보너스는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온 매파 보안관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리스트에 베어 의장을 2위로 올렸다.
샤피로 SEC 위원장은 말 그대로 월가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SEC가 설립된 지 74년 만에 그를 첫 여성 위원장으로 임명해 감독 능력을 인정했다. "100년 만에 찾아온 금융위기가 가르쳐준 교훈이 있다면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가 고통을 겪는 동안 월스트리트가 번창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월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였다.
샤피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대로 월가 개혁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규제받지 않은 공매도가 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면서 공매도 규제부터 관철시켰다.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신용부도스와프(CDS)에 대해서도 "CDS를 거래하는 은행들이 엄격한 자본요건을 갖추도록 하고,CDS 거래의 투명성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론을 견지하고 있다.
하버드대 법대 교수인 워런 위원장은 월가 은행들의 부실에 질타를 가한다. 그는 중소 은행들이 2011년 3000억달러의 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하면서 재무부에 이들의 자본충실도를 따져보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자고 요구했다. 월가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을 경우 30년 후에 제2의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로머 위원장은 미국 대공황을 연구한 교수 출신이다. 경기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재정지출을 줄이면 안 된다는 소신을 피력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최근 가이트너 재무장관,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과 함께 하원 세출위에 고실업 상태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제로(0) 금리 정책을 압박했다. 퇴임하는 도널드 콘 FRB 부의장의 후임으로도 한때 거론됐던 여장부다.
밀스 청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일선에서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인 출신인 그는 중소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대출을 보장해주면서 중기 일자리 창출을 독려해 주목받고 있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 같은 여장부들의 활약을 평가한 뒤 "여성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성들보다 더 좋은 대학 졸업 성적을 가지고서도 20% 적은 급여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