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난항을 겪었던 삼성생명 상장이 예정대로 5월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구체적인 상장 조건에 대해 삼성자동차 채권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상장을 2~3개월 연기해야 할 위기에 처했지만 막판에 극적으로 타결점을 찾았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31일 제출하고 5월 중순께 상장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채권단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오후 들어 극적으로 타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31일 오전 비공개회의를 갖고 주식 위임과 합의서 체결을 마무리한 뒤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신고서 제출이 3월을 넘길 경우 상장 일정이 당초 예정에 비해 두 달가량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극적으로 합의를 본 것이다. 삼성생명은 3월 결산법인이어서 이달을 넘기면 2009년 사업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결산을 반영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양측은 공모가나 공모참여 주식 수(구주 매출 주식 수)는 물론 합의서 문구에 이르기까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지만 한발씩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으로선 삼성생명 상장 연기에 따른 비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삼성도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상황에서 상장 연기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

양측이 큰 차이를 보였던 '상장 관련 내용을 현재 진행 중인 삼성차 채권환수 소송에 활용하지 말자'는 비밀유지 조항과 관련해선 삼성 측이 일부 문구를 수정하는 선에서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와 공모참여 주식 수 등에 대해서도 한발씩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 상장이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은 4월 해외 IR(기업설명회)를 거쳐 5월 초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고 12~14일께 증시에 입성할 계획이다. 관심은 증권신고서에 기재될 공모가 밴드와 공모주식 수 등에 쏠리고 있다. 삼성생명의 주당 내재가치(EV)가 8만2500원 수준으로 산정돼 공모가는 10만~12만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공모주식 수도 관심이다. 채권단의 공모참여 주식 수가 3500만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세계와 CJ제일제당도 각각 500만주씩 구주 매출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로 인해 공모주식 수가 예상보다 많아 공모가에 부담을 주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 측과 채권단 갈등 속에 공시된 CJ제일제당의 500만주 매각계획은 채권단 압박용 카드였을 수 있어 막판에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모두 구주로 채워질 공모주식 수량이 어느 정도로 정해지느냐 여부가 공모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