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주권론자'인 최중경 필리핀 대사가 경제수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기획재정부를 떠난 지 1년6개월 만이다. 당초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만큼 주변에선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많다. 국제금융통이자 색깔이 분명한 최 신임 수석이 이명박 정부의 2기 경제팀에 합류함에 따라 향후 경제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또 경제팀 간 조화가 잘 이뤄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 신임 수석은 30일 저녁 본지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청와대 비서관은 자기 의견이라는 것이 없는 자리"라며 "대통령과 내각을 잘 연결해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보필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짤막하게 밝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화에 힘쓰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 신임 수석의 성향과 그간 보여줬던 강한 추진력을 감안하면 언젠가는 '색깔'을 드러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우선 최 신임 수석은 국내 · 국제 금융분야는 물론 거시정책에 이르기까지 두루 경험을 쌓은 정통 재무 관료다. 거시정책 관점에서는 성장주의자로 통한다. 1차관 시절 보여준 특유의 결단력과 추진력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재정부 관료를 지내면서도 민감한 이슈에 대해선 선 · 후배 가리지 않고 분명한 목소리를 내곤 했다. 때문에 그가 현 경제팀원 간 조율사 역할을 맡으면서도 논쟁이 되는 경제현안에 대해선 분명히 자기의견을 개진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물론 최 신임 수석의 출신으로 볼 때 전반적으로 다른 경제팀들과 커다란 불협화음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현 경제팀 구도를 보면 윤증현 재정부 장관(행시 10회),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12회),진동수 금융위원장(17회),최중경 내정자(22회)가 정부 쪽 라인을 형성하고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전 한국개발연구원장)가 중앙은행 사령탑을 맡았다.



정책조정 기능을 맡게 된 윤진식 정책실장과는 무리없이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실장과는 과거 재무부 시절에도 당시 윤 실장이 금융정책과장으로 있을 때 최 신임 수석이 통화담당 주무 사무관을 맡으면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둘 사이는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실장에 보조를 맞춰 최 신임 수석은 경제 현안을 챙기면서 총괄하는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증현 장관과도 큰 무리없이 소통을 이뤄낼 것으로 관측된다.

범 경제팀에 속하는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겸 청와대 경제특보(행시 8회)와는 말이 필요 없을 만큼 막역한 사이다. 최 신임 수석은 강 위원장이 가장 아끼는 후배.이번에 강 위원장이 최 신임 수석을 경제수석 자리에 강하게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신임 수석은 국제금융에 특히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윤 장관과 함께 G20 회의를 차질없이 준비하는 데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최 신임 수석의 등장으로 출구전략 시행 시기에 변화가 생길지도 주목거리다. 그동안 출구전략에 대한 정부의 신중한 입장에다 성장 우선을 강조하는 최 신임 수석이 새로 가세함에 따라 출구전략의 핵심인 금리 인상 시기는 당초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환율을 시장에만 맡겨 둬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그의 등장으로 고환율 정책이 다시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 신임 수석은 환율주권론 신봉자로 과거 재경부 국제금융국장 시절부터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수시로 시장에 직접 개입,'최틀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 등 국제적인 무역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 신임 수석의 등장은 심상치 않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올해 G20회의를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환율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종태/서욱진 기자 jtchung@hankyung.com

○약력=▲경기 화성(54) ▲서울대 경영학과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재경부 외화자금과장 ▲금융정책과장 ▲비서실장 ▲국제금융국장 ▲세계은행 상임이사 ▲인수위 경제1분과 전문위원 ▲기획재정부 1차관 ▲주 필리핀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