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이성태 한은 총재 이임사



“중앙은행과 정부의 관계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 되어야 한다”



42년3개월 한국은행에 몸담았다가 31일 퇴임한 이성태 한은 총재는 마지막까지 소신을 접지 않았다.그는 이날 이임식에서 소회와 더불어 한은의 과제를 분명히 밝혔다.



이 총재는 “정부와 중앙은행은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긴말하게 협력하면서도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역할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정부의 주 관심사는 경제 성장이지만 한은의 설립목적은 물가안정이란 점을 재차 각인시킨 것이다.이는 김중수 차기 한은 총재의 “한은도 정부다”는 인식과는 180도 다른 것이다.



출구전략이 지나치게 늦으면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과정에서 도입됐던 금융완화 조치들을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점진적으로 정상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그는 출구전략을 언급한 대목에서 ‘정부와의 정책 공조’나 ‘국제 공조’등의 단어는 아예 쓰지 않았다.



이 총재는 또 “국제금융질서 개편 논의를 예의 주시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을 재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물가안정’으로만 국한돼 있는 한은 설립목적에 ‘금융안정’을 추가하고 한은이 단독조사권을 가지는 방향으로 한은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지론을 담은 것이다.



그는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심도 잊지 않았다.이 총재는 “과도한 가계부채는 금융불안 요인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장잠재력 확충을 어렵게 하는 등 실물경제에도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한은 임직원들에게 “중앙은행의 정책성과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평가받듯이 여러분들도 먼 장래를 내다보면서 의연하게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