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알맹이 없는 위기관리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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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위기관리대책회의가 열린 31일 오전 8시 기획재정부 7층 회의실.기자들은 윤증현 장관이 어떤 발언을 할지에 온통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정작 회의 안건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위기관리'라는 회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정책과제들이 올라오면서 생겨난 모습이다.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 안건은 '제약+정보기술(IT)융합 발전전략'과 '전자통관시스템 수출촉진방안'이었다.
위기관리대책회의는 고(高)유가 문제가 심각했던 2008년 7월 '경제정책조정회의'가 명칭을 바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회의로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 다음으로 비중 있는 정부 회의다. 지난해에만 총 30차례 개최돼 86건의 안건을 상정 · 논의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컨대 '미분양 아파트 해소 방안'(2009년 3월),'동산담보제 도입'(2009년 6월),'기업환경 개선대책'(2010년 1월) 등을 놓고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관계부처 장관들은 심도 있는 토론을 했고 구체적인 결론을 내렸다.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책이 이날 결정되고 발표되다 보니 기자들도 이 회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민감하거나 긴급한 사안들이 거의 사라졌다. 다소 뜬구름 잡는 식의 안건들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올해 각 부처들이 올릴 안건으로는 일자리 창출,서비스 산업 육성 등 8개 분야 87개가 예정돼 있다. '위기관리'에 어울리는 안건도 있지만 상당수는 급하지 않은 안건들이어서 조금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각 부처의 이슈를 종합적으로 조율하고 적극적으로 정책 대안을 만들던 재정부도 요즘은 다소 힘이 부치는 모습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부 국장은 "요즘 논의되는 안건들을 보면 회의에 '위기관리'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경제위기와 관련이 없는 일상적인 안건을 주로 다뤄야 하는 상황이라면 예전의 명칭인 '경제정책조정회의'로 바꾸는 것이 좋아 보인다. 그래야 각 부처들이 이 회의를 통해 이견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실천 가능한 정책 대안을 도출하는 생산적인 회의로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욱진 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
위기관리대책회의는 고(高)유가 문제가 심각했던 2008년 7월 '경제정책조정회의'가 명칭을 바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회의로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 다음으로 비중 있는 정부 회의다. 지난해에만 총 30차례 개최돼 86건의 안건을 상정 · 논의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컨대 '미분양 아파트 해소 방안'(2009년 3월),'동산담보제 도입'(2009년 6월),'기업환경 개선대책'(2010년 1월) 등을 놓고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관계부처 장관들은 심도 있는 토론을 했고 구체적인 결론을 내렸다.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책이 이날 결정되고 발표되다 보니 기자들도 이 회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민감하거나 긴급한 사안들이 거의 사라졌다. 다소 뜬구름 잡는 식의 안건들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올해 각 부처들이 올릴 안건으로는 일자리 창출,서비스 산업 육성 등 8개 분야 87개가 예정돼 있다. '위기관리'에 어울리는 안건도 있지만 상당수는 급하지 않은 안건들이어서 조금 맥이 빠지는 느낌이다. 각 부처의 이슈를 종합적으로 조율하고 적극적으로 정책 대안을 만들던 재정부도 요즘은 다소 힘이 부치는 모습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부 국장은 "요즘 논의되는 안건들을 보면 회의에 '위기관리'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경제위기와 관련이 없는 일상적인 안건을 주로 다뤄야 하는 상황이라면 예전의 명칭인 '경제정책조정회의'로 바꾸는 것이 좋아 보인다. 그래야 각 부처들이 이 회의를 통해 이견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실천 가능한 정책 대안을 도출하는 생산적인 회의로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서욱진 경제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