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미터(㎚)급 회로 공정을 마치 원통을 굴리듯이 연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전기연구원은 31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연구개발 성과발표회를 갖고 LCD 기판 · 태양전지 및 시스템반도체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원통형 나노금형 노광 및 플라즈마 식각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자기부상 기술을 이용,진공에서 원통형 금형을 띄워 회전시키면서 전자빔을 쏴 수백 ㎚급 노광(회로패턴을 그리는 것) 장비를 구현한 것이다. 롤러를 타듯 자기부상 터널을 통해 금형이 회전하면서 대면적 회로 기판에 공정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현석 한국전기연구원 박사(밀양나노센터장)는 "종전에는 평판 금형을 이용해 기판에 도장을 찍듯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따라서 증착 · 노광 · 식각 등을 수차례 반복해야 했지만 이 기술은 공정시간 및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과거 자기부상열차 개발 경험을 활용하고 상진미크론 · 쓰리에스엠케이 · 뉴옵틱스 등 국내 기업들과 협력해 기술을 개발했으며 현재 12건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다. 연구원은 이날 미국 반도체 공정장비업체 비스텍과 사업협력 MOU를 체결했다.

연구원은 이 기술을 △LCD 패널을 구성하는 필름 여러 장을 나노 패턴이 새겨진 특수광학필름 한 장으로 대체할 수 있고 △3D TV 핵심부품인 특수편광필터를 대량 생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태양광 흡수율을 높일 수 있는 저가의 태양전지판도 저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