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은 서울 잠실 국민연금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국민연금을 운용할 외국인 투자 전문가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는 90명가량의 운용 담당자가 있지만 외국인은 한 명도 없다.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현재 세계 4위의 대형 연기금이고 국내 채권과 주식 위주였던 투자 대상을 해외 부동산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어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을 채용할 때도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일해 본 사람을 더 많이 데려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행 인사규정은 외국인 채용 가능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며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는 근거를 공단의 인사규정에 넣으려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 전문가를 기용하게 되면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비중은 보다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금의 4.7%를 해외 주식에,1.3%를 해외 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2014년까지 해외주식과 국내외 대체투자 비중을 각각 1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을 갖고 있다. 또 투자 대상도 선진국 위주에서 이머징마켓 위주로 넓힐 방침이다.

전 이사장은 또 "조만간 서울 강북 중심가에 투자가치가 있는 빌딩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강북에 사무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그 전에 투자가치를 우선 고려할 것"이라며 "랜드마크 빌딩들의 가격이 아직 충분히 낮아지지 않은 상태여서 여러 곳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북에 사무실을 만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방문하기도 편리해질 것"이라 전했다.

전 이사장은 아울러 "사외이사 파견 지침 등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해 여름께 가이드라인 초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들의 노후 대책을 책임지는 기금을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일관된 입장이다. 다만 "관치(官治)를 하려 한다는 우려를 없애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주주권을 행사할지에 대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