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외교가의 시선이 신의주와 맞닿아 있는 단둥에 집중되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3월 말 혹은 4월 초 방중설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설은 매년 한두 차례씩 베이징에 떠돌긴 한다. 그러나 이번 방중설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6자회담이 교착상태이고 미 · 북,남 · 북관계가 경색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 특히 유엔의 대북제재 속에 화폐개혁 실패로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있어 중국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그의 방중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관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 양측은 작년 말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북한 방문 이후 김 위원장의 방중을 위한 접촉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1월 말 방중설이 돌았던 이유다. 그러나 방중 예정시기가 설날 이후로 바뀌었다는 소문이 돌더니 3월 말과 4월 초 설이 강하게 대두됐다.

이와 관련,청와대 관계자는 31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도 "여러 가지 징후가 있다"며 "시기는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는 4월9일 이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평안북도의 천마전기기계공장을 시찰하는 등 중국과 접경지역에 머물고 있는 것도 방중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지적이다. 또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러시아와 북유럽 순방을 수행하던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대외연락부장이 지난 25일 갑자기 귀국한 것도 김위원장의 방중임박설에 무게를 싣는 요인이다. 4월15일이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4월5일 이전에 방중이 이뤄질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경우 통과할 것이 유력한 중국 단둥지역의 보안이 강화되는 징후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선발대가 베이징에 도착했다는 설까지 나돌고 있다.

물론 석 달 가까이 그의 방중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뭔가 양측이 중요한 문제를 협의하고 있으며,이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북한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다면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으로 볼 때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원조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그러나 중국 측은 무조건적인 원조엔 반대하는 입장이다. 중국은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우선 참여 등 북한의 태도 변화를 먼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작년 말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시 6자회담 복귀를 강하게 요구했으나 북측이 미국과의 우선대화등 조건을 내건 것에 대해 불쾌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위원장이 지난 27일 아프리카 순방길에 오르면서 권력 1인자와 2인자가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방중무산설도 강하게 돌고 있다. 김영남 위원장은 4월7일 베이징을 경유해 귀국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장성호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