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비교도 못한채 이용
금감원, 조회시스템 구축 인하유도
신차에 비해 턱없이 높은 할부금융사들의 중고차 할부금융 금리에 소비자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자동차 할부금융의 평균 금리는 신차가 연 12.4%인 반면 중고차는 25.5%로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중고차 할부금리가 13%포인트 높아
물론 중고차를 살 때도 10%대 초반의 할부금리를 부담하는 고객들이 있다.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중고차는 대개 목돈이 부족한 서민이 주로 구입하고,이들 중 60% 정도가 할부를 이용한다"며 "캐피털사 등 할부금융 회사들이 서민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31일 발표한 할부금융업 시설대여업 등 52개 여신전문 금융회사의 작년 순이익은 9581억원으로 2008년(7480억원)보다 28.1% 급증했다. 자동차 할부금융과 대출 영업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라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중고차는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이 주로 구매하기 때문에 할부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신차에 비해 많다. 통계적으로 중고차 할부의 대손율은 평균 5% 수준이다. 1% 정도인 신차 할부의 대손율보다 4%포인트가량 높다. 대손율이 이 정도 높으면 금리도 비슷한 차이를 보여야 하지만 중고차 할부금리가 신차보다 13%포인트가량 높은 것은 중고차 매매상에게 제공하는 리베이트 때문이다.
일반인이 중고차를 할부로 구입할 때 중고차 매매상이 제시하는 할부금리를 별 대안 없이 받아들이는 게 보통이다. 캐피털사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자사의 상품을 팔아달라고 부탁하며 중고차 매매상에게 평균 7%가량의 중개수수료를 제공한다.
◆자동차 할부금리 인하 유도
금감원은 이 같은 할부금융사의 영업 행태가 중개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할부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금리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맞춤형 금리비교 시스템'을 오는 6월까지 여신금융협회 사이트(www.crefia.or.kr)에 구축키로 했다.
이 시스템은 자동차 할부금융 이용자가 자신에게 해당하는 주요 금리 결정 요소를 입력하면 회사별 취급 조건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게 된다. 홍재필 금감원 여신전문기획팀장은 "20여개 캐피털사의 할부금리를 한눈에 비교하게 되면 캐피털사 간 금리 인하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캐피털사의 자율적 금리 인하를 유도하되 제대로 안 될 경우 현장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신차를 구입할 때보다 할부금리가 훨씬 높은 중고차를 살 때 더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할부 금융 취급액은 13조661억원으로 연간 자동차 구매액의 23.5%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신차 할부가 10조7824억원,중고차 할부가 2조2837억원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