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2,23일 301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중국 건강식품업체 차이나킹하이웨이.청약증거금만 2조7000억원이 몰려 올해 공모기업 중 대한생명(4조2000억원) 다음으로 컸다.

하지만 코스닥시장 상장일인 31일 주가는 주당 3485원으로 공모가(3700원)를 밑돌았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모주를 받은 투자자들은 첫날 5%의 손해를 입은 것이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증시 주변의 '게릴라성 부동자금'이 대거 몰리며 매번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상장 후에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분기(1~3월) IPO를 진행한 21개사 중 9개사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기업 인수를 위한 페이퍼컴퍼니인 스팩(SPAC) 4개사를 빼면 1분기 공모기업 중 절반 이상에서 공모주 투자자들이 본전도 못 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업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공모주에 청약하는 것은 금물이라 충고하고 있다.

◆청약 경쟁률과 수익률은 별개

지난 1월5,6일 공모를 진행하며 첫 테이프를 끊었던 가발용 원사업체 우노앤컴퍼니도 비슷한 상황이다. 562 대 1의 청약경쟁률에 9539억원의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아 화려하게 데뷔했다. 3개월이 지난 현재 주가는 5200원으로 공모가보다 1300원 낮다. 역시 1월에 주당 1만7500원에 공모한 에스이티아이의 주가도 현재 1만350원까지 떨어졌다. 55 대 1로 만만치 않은 경쟁률이었지만 공모주를 받은 투자자가 지금까지 이 회사 주식을 갖고 있다면 40%에 달하는 손실을 입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공모가에 비해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지난달 주당 6000원에 공모한 휴대폰 부품업체 이미지스는 실적증가,IT(정보기술) 업종에 대한 기대감을 등에 업고 한 달 만에 두 배가 넘는 1만3500원까지 올랐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디지탈아리아도 지난달 26일 상장 이후 주가가 연일 상한가 행진으로 공모가(1만1000원) 대비 118%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가장 많은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은 대한생명도 공모가(8200원)보다 6% 높게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친구 따라 강남' 조심

공모가에 비해 주가가 낮게 형성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공모가의 적정성 여부를 들었다. 정의석 신한금융투자 상무는 "공모를 진행하는 증권사가 과도하게 공모가를 산정하면 주가가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외시장 정보업체 프리스닥의 정인식 대표도 "증권사들이 서로 경쟁하다 보니 업체들의 희망가보다 높은 가격에 공모가를 산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차이나킹하이웨이 역시 회사에서는 주당 3200~3500원을 희망 공모가로 잡았지만 IPO를 담당한 증권사에서 3700원까지 올렸다"고 설명했다.

상장업체들이 IPO 과정에서 실적을 부풀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에스이티아이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81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줄었고 순이익도 42% 급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위해 미래이익을 앞당기는 등 실적을 부풀리는 경우가 있다"며 "공모주 투자 과정에서 꼭 감안해야 할 불확실성"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섣불리 공모주 청약에 나서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정 상무는 "최근 공모주 시장은 많이 과열돼 있다"며 "높은 경쟁률이 곧 주가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규 상장기업의 경우 초기에는 여러 가지로 위험성이 있는 만큼 분기 실적 등이 발표될 때까지 지켜보는 게 좋다는 지적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