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화폐개혁 실패로 인해 물가가 급등하는 등 경제파탄 위기에 빠졌으며,이로 인한 정치권력 해체를 모면하기 위해 예상보다 빨리 국제사회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정책연구센터소장,주펑 베이징대 교수 등 북한 전문가들은 31일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북한경제 글로벌 포럼 2010'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화폐개혁 이후의 북한 경제'란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 가운데 북한을 제외한 5개국 출신의 북한 경제전문가들이 강연자로 나섰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북한의 화폐개혁이 실패했으며,이로 인한 북한 체제 급변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스나이더 소장은 "북한의 화폐개혁은 당초 의도했던 물가 안정을 전혀 이루지 못했고 시장 참여자들을 범죄자로 몰아 불만을 증폭시켰다"고 진단했다. 주 교수는 "북한이 몇 달 내에 붕괴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붕괴할 조짐이 있다"며 "북한 정권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6자회담 복귀를 통해 국제사회의 경제 지원을 이끌어내는 방법뿐"이라고 분석했다.

화폐개혁은 당초 의도했던 것과 달리 국가 통제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화폐개혁 조치는 시장의 힘을 과소평가한 큰 실수였다"며 "시장에서 얻는 뇌물과 무역 이익을 챙겨온 엘리트 관료집단에서도 반발이 일어나는 등 북한 경제 붕괴가 정치 권력의 해체까지 불러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코너에 몰린 북한이 국제사회에 예상보다 빨리 복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제사회가 나서 북한을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교수는 "북한 화폐개혁이 실패한 지금이야말로 6자회담을 재개하기에 좋은 기회인 만큼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나이더 소장도 "화폐개혁 실패로 북한이 국제화 기조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북한이 중국이나 한국 같은 이웃국가들과 경제적으로 통합해야 하는 시기를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종식 통일부 차관은 "북한은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를 진전시켜 국제사회 신뢰를 회복해야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핵 문제를 그대로 둔 채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현실에 대해 북한이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는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을 비롯 기업,정치권,종교계 인사 등 400여명이 참석했고 뉴욕타임스,블룸버그,니혼게이자이신문,로이터,AFP 등 20여명의 외신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