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상하이 엑스포'가 꼭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2005년의 아이치 엑스포에 이어 아시아에서 5년 만에 개최되는 등록 박람회다. '아름다운 도시,행복한 생활'을 주제로 상하이 도심에서 5월1일부터 6개월간 개최될 예정이다.

엑스포의 기원은 1851년 영국 런던 만국박람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 최초의 국제 박람회인 런던박람회에는 34개국에서 1만4000여 점이 출품됐지만 600만명의 눈과 귀는 온통 재봉틀,윤전기,탈수기 등 영국이 발명한 획기적인 기계에 집중됐다. 이후 각국은 과학기술의 성과를 내세우기 위해 앞다퉈 엑스포를 개최하기 시작해 그간 105차례 열렸다.

상하이 엑스포에 거는 중국의 포부와 참가국의 기대도 남다르다. 중국은 높아진 위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참가국들은 세계 최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당초 불참키로 했다가 국가위상과 미래를 생각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주도로 전시관 건립자금을 마련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8배나 되는 2400억 원을 투입,국가관을 비닐 소재의 2중 태양열 집적패널로 꾸며 앞선 기술력을 과시한다.

우리도 이번 엑스포를 겨냥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국가관의 경우 한글 자모의 기하학적 특성을 형상화한 전시관에 문화 · 인간 · 자연 · 기술을 주제로 미래 도시생활을 구현한다. 또 엑스포 참가 사상 처음으로 준비하는 기업연합관은 삼성,현대,LG 등 12개 기업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첨단 기술과 인류의 미래를 밝혀줄 산업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전통적 춤사위와 상모돌리기에서 영감을 얻은 기업연합관은 엑스포 기간 중 '눈 내리는 상하이'를 연출하고 192대의 LCD 모니터로 이뤄진 원통형 영상장치로 세계 최대의 기둥 영상 쇼를 펼치게 된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상하이 엑스포 이후'다. 2년 뒤 여수에서 '살아있는 바다,숨 쉬는 연안,자원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한 활동'을 주제로 엑스포를 개최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마케팅 · 홍보 등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2008년 8월 후진타오 주석 방한 때 2010년과 2012년을 각각 중국과 한국 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두 엑스포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정신을 살려야 한다.

상하이 엑스포를 계기로 대중국 전략도 새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물론 올해 교육 · 연수 · 관광 등을 위해 해외로 출국할 경우 상하이 엑스포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특히 작년 말 현재 미국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초 · 중 · 고교생 수가 5만여명을 넘어서고 중국내 미국인 유학생 수가 2위에 오른 현실을 감안,우리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관이 요구된다.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변화의 모습을 실감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 스스로 'G2 시대'를 말하고 구미를 지향했던 일본이 다시 아시아로 회귀하는 시대다. 따라서 한 · 중 교역액 2000억달러를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다양한 마찰을 해소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해 위기를 관리,해소하는 한편 상호 윈윈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연못의 고기만 탐낼 것이 아니라 한 발 물러나 그물을 짜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중국시장에서 더 많은 물건을 팔 것인가 하는 문제에만 몰두하지 말고 대중국 교류 · 협력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방안에 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말이다. '친중(親中)' 또는 '친미(親美)'의 거친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평화와 안정의 조정자로서 동북아 네트워크를 주도할 수 있는 전략적 포지셔닝의 구축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영호 <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