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기일 지켜 SL(기아자동차 '스포티지R'의 개발명) 대박 꼭 이루자!"

31일 기아차 광주공장에 들어서자 생산직 근로자들의 각오가 느껴지는 플래카드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공장 곳곳에는 노사간의 갈등을 표출하는 '격문' 대신 지난 29일부터 양산을 시작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R'의 적기 생산을 독려하는 메시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날 공장 방문은 지난 29일 스포티지R의 양산 개시 이틀 만에 이루어졌다. 지난해 11월 연구소 시제품 생산을 시작으로 5개월 간 프로토타입(대량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시험적으로 만든 자동차)의 검증을 완전히 마친 지도 3주밖에 지나지 않았다. 때문에 신차 생산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상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공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스포티지R과 '쏘울'을 혼류생산하고 있는 2공장 입구를 지나 생산라인으로 가니 눈앞에 진풍경이 펼쳐졌다. 몇 대나 되는지 눈으로 셀 수 없을 정도의 로봇 팔이 굉음을 내뿜으며 부품을 차곡차곡 쌓아내고 있었다. 통로 위 모니터에는 현재의 생산 상황을 알리는 숫자들이 스쳐간다. 코끝에는 진한 쇠 냄새가 다가온다. '날 것' 그대로의 쇳덩이들이 부딪히며 자동차로서의 생명을 얻는 냄새다.

공장 곳곳에는 근로자들에게 품질을 중시할 것을 강조하는 문구들로 가득하다. 자동차의 기본을 이루는 차대(섀시)의 생산라인에는 'GQ 3·3·5·5'라는 말이 적혀있다. '실질적인 품질을 3년 내 TOP 3으로, 업계와 소비자가 인지하는 품질은 5년 내 TOP 5에 올린다'는 목표다. '확인, 또 확인', '기일을 지켜라' 같은 문구를 비롯,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지시한 ’신뢰·현장·투명경영‘이라는 사훈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품질개선을 위해 이 공장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생산라인 곳곳의 천정에는 녹색과 노란색, 그리고 붉은색의 레버가 걸려있었다. 강성진 기아차 광주공장 주임은 "생산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붉은색 레버를 당긴다. 그러면 라인이 바로 멈춰서고 곧바로 문제 해결에 착수한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생기면 지체 없이 현장에서 조치에 들어가는 것이다. 노란색은 '호출', 녹색은 '이상 없음'을 의미한다. 공장 안내인은 실제로 붉은색 레버를 잡아당겨 라인이 잠시 멈춰 서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차체 조립에 사용되는 로봇이 120대에 이를 정도로 자동화 된 공장이지만 사람의 손만큼 믿음이 가는 것은 없다. 공정별로 2~3명의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움직이는 차체에 손을 댄다. 약 160개의 공정을 거쳐 차가 다 조립되고 난 후에는 출고 전 시스템 검사를 한 번 더 거친다. 스포티지R의 양산이 갓 시작된지라 현재 생산량은 쏘울을 포함해 시간당 35대, 일 평균 785대 수준이다. 공장 측은 이를 한 달 내로 시간당 42대 생산까지 올릴 계획이다.

기아차 광주공장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7개월간의 확장 재편사업을 마무리하고 이전까지의 생산능력 42만대보다 8만대 더 늘어난 50만대 양산 체제를 완성했다. 2003년의 연산 20만대에 비하면 7년간 150%가 증가한 셈이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약 9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통해 증축한 광주공장은 경기도 화성공장(연산 60만대)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생산능력을 자랑한다. 근로자 수만도 약 7200명에 달한다. 지난해 약 33만대를 생산해 5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기아차에 있어 광주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1965년 설립된 기아차의 전신(前身), 아시아자동차의 출신지이자 프로야구팀 기아 타이거즈의 '홈그라운드'다. "무엇보다도 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싣고 '기아차 거리'를 쉴 새 없이 드나드는 운송차량들은 광주 경제발전의 상징으로 여겨진다"고 공장 측은 강조했다.

이병현 기아차 광주 2공장장은 "광주공장의 50만대 재편사업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며 "열정을 다해 최고 품질의 차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광주=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